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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禹의장 필리버스터 제지에… 與 “의원 입 막나” 거센 반발 ['채상병 특검법' 野 단독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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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안 표결 강행 안팎

禹 “마무리할 시간 충분히 드렸다”

무제한 토론 강제 종결 표결 진행

추경호 “토론 중에 끊을 권한 없다”

與, 발언대 앞에 모여 항의 후 퇴장

안철수·김재섭 남아 ‘특검안’ 투표

安 “진상 규명” 찬성표… 金은 반대

국회가 사실상 여당 불참 속에 채상병 특검법 수정안을 4일 처리했다. 이날 예정된 사회분야 대정부질문은 끝내 파행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강제로 종료했고 여당 의원들이 발언대 앞에 모여 항의하는 소동도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5일 예정된 국회 개원식에 불참을 선언했고,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불참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국회 개원식을 잠정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 처리 문제를 둘러싼 필리버스터 종료에 대한 표결이 시작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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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장은 이날 오후 3시 50분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반대 토론을 이어가던 7번째 주자, 곽 의원에게 발언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지 24시간 10분 만, 곽 의원이 4시간 19분째 발언하던 중이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무제한 토론 종결은 종결동의서가 제출된 때부터 24시간이 지난 뒤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우 의장은 “국회의장에게는 의사 정리 직무가 있다”며 곽 의원 발언을 제지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들이 “의원 입을 막는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무제한 토론 종결에 관해 별도 국회법 조항은 없는 데다 의장이 나서 강제로 토론을 종료한 전례도 없었다. 그동안은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를 통해, 혹은 토론자가 스스로 그만두는 방식으로 종결됐다.

우 의장은 “마무리하시라고 충분히 시간을 드렸다. 입을 막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지만 추 원내대표는 “토론이 진행 중인데 토론을 끊을 권한은 없다”고 맞섰다. 여당 항의 과정에서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퇴거 명령’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자 우 의장이 “정 의원, 그러지 마시라”고 제지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끝내 우 의장이 토론 종결 뒤 표결을 진행하자 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국회의장 및 사법테러 규탄대회’를 열고 국회 개원식 불참을 선언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를 분풀이하듯이 윽박의 장으로 만드는 민주당과 국회의장의 반성과 태도 변화 없이 국민의힘은 당초 내일(5일)로 예정된 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여할 수 없다”면서 개원식 불참을 선언했다. 또 추 원내대표는 “국회를 파탄시키는 현실에 국회 개원식은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다”며 “여당은 대통령께서 내일 개원식에 참석하지 마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규탄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맨 앞 가운데)가 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5일 예정됐던 22대 국회 개원식에 여당은 불참한다고 밝히며,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도 공식 요청했다. 결국 개원식은 무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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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안철수·김재섭 의원은 회의장에 남아 표결에 참여했다. 찬성표를 던진 안 의원은 “국가를 위해 꽃다운 목숨을 바친 채 상병 사망의 진상을 규명하고 최고의 예우를 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라면서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한 이유는 민심을 받들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당론에 따라 반대표를 행사한 김 의원은 “특검법의 취지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헌법기관의 양심으로 민주당의 정쟁용 특검법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한동훈 후보의 제3자 추천 특검법을 토대로 국민의힘도 물러서지 말고 제대로 특검법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뒤 투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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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야당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필리버스터 발언 중 일부를 문제 삼았다. 주 의원은 전날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서 여러 비유를 들어가며 해병대 박정훈 대령의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을 폈는데, 그중 ‘군 장비’ 발언이 뭇매를 맞았다. 주 의원은 “사망 사건이 아닌 군 장비 파손사건이라고 생각해보자”라며 “물론 이 사건은 사망 사건이지만 무슨 사건이든 조사 체계와 형평성은 같은 기준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각각 논평을 내고 ‘인면수심 정권의 민낯’, ‘의원직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라’라고 했다.

주 의원은 대장동 사건을 예시로 들며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수사가 급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했다. 주 의원은 “만약 대장동 비리 사건 수사 1주일 만에 민주당 인사들이 10명씩 입건해 조사를 받으라면 수긍하시겠나”라고 따졌고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또 최근 이뤄진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를 문제 삼으며 “이재명 전 대표 변호인이던 이건태·박균택 의원이 수사 검사를 조사하는 것”, “법사위 소속 박지원·이성윤·전현희 의원 모두 수사를 받고 있는데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당 필리버스터와 관련, “상식적으로 야당의 특검법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설득했다면 그나마 이해했겠지만, 특검과 무관한 대북송금 사건 판결문을 반복해 읽는 등 시간을 끌었다”라며 “여당의 대통령실을 향한 보여주기식 필리버스터”라고 말했다.

김현우·최우석·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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