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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우리 회사 30일내 망할 수 있다” 그런데 30년간 딱 한번 구조조정…엔비디아에서 배울 점은 [World &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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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기업문화 섞인 엔비디아 문화
직원 안 짜르고 위기경영과 속도경영
젠슨 황 CEO 자녀가 회사서 일하기도
한국 기업이 배울 것은 지적인 정직성
CEO는 지분이 아니라 비전으로 경영


매일경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엔비디아>


전세계가 엔비디아라는 기업에 대한 관심으로 뜨겁다.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2022년11월 이후 엔비디아 주가가 10배 올랐기 때문이다. 지금의 엔비디아를 만든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는 10년 전만해도 매출이 3억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이 매출이 100배 이상 커진 것이 지금의 엔비디아를 만들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엔비디아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8세에 부모를 따라 대만에서 미국으로 온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도 동아시아 기업과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를 섞은 회사로 만들었다. 엔비디아는 창업 이후 한 번밖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30년 역사의 엔비디아에는 20년 이상 근무한 임원들도 많고, 10년 이상 일한 직원들도 수두룩하다. 지난 해 엔비디아 직원의 이직률은 2.7%에 불과하다. 업계 평균은 17.7%다.

엔비디아는 위기경영과 속도경영으로 유명하다. 회사의 모토가 ‘우리 회사는 앞으로 30일 내에 망할 수 있습니다’일 정도로 항상 비상상황을 대비한다. 황 CEO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느린 것’으로 임원회의에서 빠르게 정확한 숫자를 대답하지 못한 임원이 바로 잘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문화, 위기경영과 속도경영. 한국의 기업과 비슷하다. 아는 이들은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엔비디아에는 젠슨 황의 아들과 딸이 일하고 있다. 이들이 과연 젠슨 황의 뒤를 이어 엔비디아를 경영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마저도 동아시아 기업들과 비슷한 부분이다.

지금의 엔비디아를 만든 것은 창업자의 ‘비전’과 ‘뚝심’때문이다. 2012년 AI 이미지 인식능력 경진대회에서 엔비디아 GPU를 사용한 딥러닝 팀이 우승한 이후 황 CEO는 엔비디아를 AI회사로 탈바꿈 시켰다. 하지만 그 결정이 빛을 보는데에는 8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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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의 모습. <사진=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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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기업과 엔비디아의 다른 점. 즉, 실리콘밸리에서 가져온 기업문화는 무엇일까.

첫째는 ‘지적인 정직성(Intellectual Honesty)’이다. 엔비디아는 지적인 정직성이란 진실을 추구하고, 실수에서 배우고, 배운 것을 공유하는 것 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의 오너경영에서 많은 오너가 자신이 듣고 싶은 얘기만 듣지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한국의 기업들은 실수를 한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고, 실패의 기록자체를 아예 지워버린다.

두번째는 지분율이다. 황 CEO의 엔비디아 지분율은 3.5%에 불과하다. 그는 창업자이긴 하지만 지분율로 엔비디아를 경영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도 지분율과 차등의결권을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는 경영자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경영자는 지분율이 아니라 비전과 리더십으로 회사를 경영한다.

한국의 기업과 오너들은 지적인 정직성을 갖고 있나, 무의미한 지분율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나. 엔비디아를 숭상하기 전에 그들의 기업문화에서 배울 것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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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주 실리콘밸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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