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전경.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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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판사는 1월 11일 저녁 식사 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구내에서 탁구를 하다 저녁 7시 30분쯤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 현장 및 이송된 서울성모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결국 숨졌다. 평소 강 판사는 운동을 마친 후 사무실로 돌아가 야근을 했고, 이날도 야근을 염두에 둔 듯 책상엔 자신의 지갑을 두고 컴퓨터도 켜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윤준 서울고법원장은 업무 현장을 사진으로 촬영하는 등 현장 보존을 지시했다. 법관들 사이에서도 ‘사건을 남겨두지 않는 판사’로 유명했던 강 판사의 과로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유족 역시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공무상 재해로 인한 순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업무 중 사망이 아니었고 부검 결과 사인이 규명되지 않아 순직 인정엔 난항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족은 강 판사의 업무 과중을 입증할 자료를 1만 페이지가 넘게 작성해 혁신처에 제출했다. 2007년 의정부지법 초임 근무 때부터 시작해 2013년 서산지원 근무 당시 태안 유류 피해사건 처리 등 주요 재판 처리 내용 등 최근까지의 업무를 모두 적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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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철(19기)·이동현(36기) 부장판사 등 동료도 강 판사의 과로 내역을 기재한 경위조사서와 각각의 의견서를 혁신처에 제출하며 힘을 보탰다. 서울고법 차원에서 만든 경위조사서엔 강 판사의 출퇴근 시간 및 결재 신청 내역이 표로 꼼꼼히 정리돼 첨부됐고 “강 판사는 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퇴근하였고, 토요일에도 출근하여 밤늦게 퇴근하는 등 월등히 많은 초과근무를 했다”고 적혔다.
또 최태원-노소영 재판 관련해서도 “기록이 2만5000쪽이 넘고 위자료 청구금액이 30억원, 재산분할 청구금액이 2조원에 이르는 사건”이라며 “비록 강 판사가 주심 판사는 아니지만, 사건의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있었던 관계상 이 사건 역시 강 판사의 업무를 가중한 요인 중 하나”라는 의견도 적었다.
서울고등법원이 인사혁신처에 제출한 고(故) 강상욱 부장판사 사망 경위조사서 중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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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판사는 개인 의견서에 “강 판사는 누구보다도 판사의 업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서 업무를 처리했다”며 “강 판사의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고, 남아 있는 저희 법관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 부장판사는 “강 판사는 법원 내에서도 소위 소문난 ‘워커홀릭’이었다”며 “순직으로 인정돼 명예가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썼다.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난 강 판사는 현대고와 서울법대를 졸업했고 200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12년 UC버클리에서 법학 석사 과정을 밟고 뉴욕주 변호사와 캘리포니아 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2011년 서울중앙지법 판사 재직 때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법관평가에서 만점을 받으며 우수 법관으로 선정됐다. 2020년부터 서울고법 판사로 근무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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