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SK-盧 재판부 돌연사’ 강상욱 판사, 순직 인정…발벗고 뛴 선후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민사24부) 소속으로 일하다 지난 1월 돌연사한 고(故) 강상욱 판사(사법연수원 33기)가 5개월 만에 순직 인정을 받았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24일 강 판사의 유족에게 순직 유족급여 승인결정서를 보냈다.

중앙일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전경.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 판사는 1월 11일 저녁 식사 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구내에서 탁구를 하다 저녁 7시 30분쯤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 현장 및 이송된 서울성모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결국 숨졌다. 평소 강 판사는 운동을 마친 후 사무실로 돌아가 야근을 했고, 이날도 야근을 염두에 둔 듯 책상엔 자신의 지갑을 두고 컴퓨터도 켜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윤준 서울고법원장은 업무 현장을 사진으로 촬영하는 등 현장 보존을 지시했다. 법관들 사이에서도 ‘사건을 남겨두지 않는 판사’로 유명했던 강 판사의 과로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유족 역시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공무상 재해로 인한 순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업무 중 사망이 아니었고 부검 결과 사인이 규명되지 않아 순직 인정엔 난항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족은 강 판사의 업무 과중을 입증할 자료를 1만 페이지가 넘게 작성해 혁신처에 제출했다. 2007년 의정부지법 초임 근무 때부터 시작해 2013년 서산지원 근무 당시 태안 유류 피해사건 처리 등 주요 재판 처리 내용 등 최근까지의 업무를 모두 적었다.

중앙일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시철(19기)·이동현(36기) 부장판사 등 동료도 강 판사의 과로 내역을 기재한 경위조사서와 각각의 의견서를 혁신처에 제출하며 힘을 보탰다. 서울고법 차원에서 만든 경위조사서엔 강 판사의 출퇴근 시간 및 결재 신청 내역이 표로 꼼꼼히 정리돼 첨부됐고 “강 판사는 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퇴근하였고, 토요일에도 출근하여 밤늦게 퇴근하는 등 월등히 많은 초과근무를 했다”고 적혔다.

또 최태원-노소영 재판 관련해서도 “기록이 2만5000쪽이 넘고 위자료 청구금액이 30억원, 재산분할 청구금액이 2조원에 이르는 사건”이라며 “비록 강 판사가 주심 판사는 아니지만, 사건의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있었던 관계상 이 사건 역시 강 판사의 업무를 가중한 요인 중 하나”라는 의견도 적었다.

중앙일보

서울고등법원이 인사혁신처에 제출한 고(故) 강상욱 부장판사 사망 경위조사서 중 일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개인 의견서에 “강 판사는 누구보다도 판사의 업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서 업무를 처리했다”며 “강 판사의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고, 남아 있는 저희 법관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 부장판사는 “강 판사는 법원 내에서도 소위 소문난 ‘워커홀릭’이었다”며 “순직으로 인정돼 명예가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썼다.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난 강 판사는 현대고와 서울법대를 졸업했고 200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12년 UC버클리에서 법학 석사 과정을 밟고 뉴욕주 변호사와 캘리포니아 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2011년 서울중앙지법 판사 재직 때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법관평가에서 만점을 받으며 우수 법관으로 선정됐다. 2020년부터 서울고법 판사로 근무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