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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in-터뷰] "지방은 이미 초고령사회...의대 증원보다 의료자원 재정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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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식 기자] [라포르시안] "경상북도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변화가 필요한 것은 맞다. 당장 현재 의료자원을 통한 의료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데, 정부가 10년 후 낙수 효과만 기대하는 의대정원 증원만 내세우는 이유를 모르겠다."

경상북도의사회 이길호 회장은 현재 지방의료 상황과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 강행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경상북도의사회는 지난 3월 제73차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이길호 제46대 회장을 선출했다. 이길호 회장은 '존경과 신뢰로 어제보다 더 행복한 경상북도의사회'를 회무추진 목표로 삼고 회원이 진료에만 전념하도록 서포터즈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경상북도 지역의 경우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다 의료 인프라의 보충이 시급한 시점에서 10년 후를 바라봐야 하는 '의대정원 증원'이 아닌 당장 해결 가능한 시급한 문제부터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이길호 회장의 주장이다. 의협출입기자단은 이길호 회장으로부터 경북 지역의 의료문제와 해법, 현 의료사태의 해결방안 등을 들어봤다.

라포르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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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도의 지역의료 문제와 개선방안은.

= 경상북도 지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에 이른다. 그렇기에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경상북도는 지리적으로 굉장히 넓은 지역이다. 영양군을 예로 들면, 지리적으로는 굉장히 넓은데 의원급 의료기관은 한 곳뿐이다. 영양군 인구가 1만 5,0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여러 의료기관이 운영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영양군은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고 동시에 가장 빠르게 인구소멸이 되고 있다. 도내 다른 지역들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는 않다. 내년이면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빠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는 이미 시작됐기에 의대증원으로 10년에 걸친 낙수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의료자원의 재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다. 비교적 가벼운 질병에 상급종합병원을 쉽게 방문하지 않도록 의료전달체계와 의료기관별 역할에 대한 정비가 우선적인 해결 과제이다.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기에 이에 대한 의료와 복지 인프라 구축 역시 절실하다. 가지고 있는 자원부터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인구소멸을 향해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부작용을 낳는 괴물이 될 수 있는 낙수효과, 의대정원 증원으로 힘겨루기만 하고 있는 정부의 심중을 알 수가 없다.

-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로 인한 의-정 간 대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이 있다면.

= 의료계의 의견을 존중하는 정부의 결단만 있다면 현 사태는 해결될 수 있다. 현재의 의-정 간 대치 상황은 누군가가 이기는 싸움이 아니다. 진정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 결단은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대한전공의협의회의 7개 요구안이 해결돼야 하지만, 강력한 힘은 구성원 모두가 결집돼 하나가 될 때 나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러 창구를 통해 개인적인 해법이나 견해를 내비치면 그 선한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기에 의협회장을 중심으로 뜻을 맞추고 조속히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한다면 국민들과 함께하는 의사회라는 기치를 다시 드높일 수 있을 것이다.

- 정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확대 이후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 건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 비대면진료는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 제한된 상황에서만 허용돼야 한다. 현재 일시적인 정치적, 의료적 환경에 의해 단기적 해법으로 비대면진료가 시행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면진료의 보조적인 수단이어야만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 또는 과오를 줄일 수 있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 비대면진료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초진은 절대 허용돼선 안 되며 무분별한 약물 오남용 역시 우려되기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예방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대면진료를 통해 제대로된 진단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다.

편의가 곧 옳은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전자기기를 통해 부정확하지만 간단한 건강진단을 내리고,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이 '비대면' 자체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진료는 비대면으로 음식을 배달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결코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비대면진료가 가능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건강권이 위협되는 상황도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접근성 속에서 오로지 '편의' 하나만을 위해 허용되기엔 너무 위험한 선택이다. 나 역시 진료하는 의사이기에 더 잘 안다. 하나의 질병이라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고 원인이 다른데, 환자를 보지도 않고 그저 환자만의 구술만으로 진단을 한다면 오진과 의료사고는 피할 수 없는 결과일 것이다.

의협 임현택 집행부에 대한 생각은.

= 임현택 집행부가 이제 막 첫발을 내딛었다. 경북의사회 제45대 집행부 역시 그렇다. 회원들의 기대가 모여 당선됐기에 그 기대감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역에서는 최대한 뭉치고 지지해야 하는 시기라 생각한다. 경상북도의사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앙회가 결정한 정책에 대해서는 지지하고 있다. 서로 응원하고 화합하는 경상북도의사회와 시군의사회처럼,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도 회원들의 화합에 중점을 둬야 한다.

- 경북의사회장으로 주력할 회무는 무엇인가. 회무 추진 목표 가운데 하나인 '회원이 진료에만 전념하도록 서포터즈 역할'이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인지도 궁금하다.

= 지난 4월 1일 출범한 제46대 집행부의 회무 추진 목표는 '존경과 신뢰로 어제보다 더 행복한 경상북도의사회'이다. 개원가 중심의 의사회 운영을 탈피해 봉직의는 물론 전 직역을 아우르는 화합과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 각 직역간의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개원가와 봉직의는 물론 여러 직역의 회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해 인재를 두루 등용하여 회무를 운영하고 있다. 경북의사회가 지금까지 잘해왔던 사업은 열심히 알차게 계속 추진하되, 인기영합적인 사업은 과감히 탈피해 개선할 예정이다.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의사회비 납부율이 저조한 실정이다. 앞으로 젊은 회원님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해 회비 납부율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포터즈 역할은 말 그대로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회로서 활동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집행부 당시 회원권익위원회가 처음으로 출범했다. 실사, 의료사고, 민원 대응 등 도움을 요청하는 회원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회원들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서포터즈 역할은 바로 이런 활동을 통해 회원들이 정말로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어가는데 그 뜻을 두고 있다.

-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대붕역풍비(大鵬逆風飛) 생어역수영(生魚逆水泳).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헤엄친다고 한다. 어렵고 힘들수록 물러서지 말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뜻을 새기며 어려운 상황을 잘 타개해나갈 수 있도록 집행부에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단 하나의 힘은 회원들의 단합과 동참이다. 경북의사회 제46대 집행부가 앞장서 나아갈테니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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