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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단독] 월간 ‘문학사상’ 폐간 기로…반세기 신인문학상도 첫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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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 첫 호(1972년 10월호)의 표지. 화가 구본웅이 그린 이상의 초상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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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의 주관사로서 유서 깊은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이 기약 없는 휴간에 돌입했다. 창간 52년 만으로 폐간 우려까지 나온다. 창간 2년 뒤 출범한 ‘문학사상 신인문학상’도 반세기 만에 중단한다. 국내 종합 문예 잡지(협회지 제외)로는 이제 ‘현대문학’만 남게 됐다.



임지현 문학사상 대표는 최근 누리집을 통해 “1972년도에 창간하여 오늘날까지 써온 한국 종합 문예지의 찬란한 역사를 쉽게 저버릴 수 없었다. 2024년 4월호(통권 618호)까지 발행함으로써 나름의 역할을 지켜가고자 하였지만,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더 이상의 발간이 어려워짐에 따라 일시적인 휴간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공지했다. “근래 출판 지형의 급격한 변화와 순수 문학 월간지의 수요 감소로 인해 지속적인 경영난에 시달려왔다”고 설명한 문학사상은 지난달 20년차 출판사인 다산북스에 이상문학상 운영권을 매각한 바 있다.



문학사상 관계자는 1일 한겨레에 “그간 이상문학상 작품집 판매로 월간지의 적자를 메웠으나 점점 저조해져 경영적자가 크게 누적되어 왔다. 작품집 없이 단독으로 하긴 더더욱 어렵다”며 “복간을 다각도로 강구 중이지만 당분간 힘들 것 같다. 자금 문제 등이 겹쳐 있어 (복간이 될지 폐간이 될지) 지금은 확정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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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학사상’은 2024년 4월호(통권 618호)를 마지막으로 기약 없는 휴간에 돌입했다.


월간 ‘문학사상’은 1972년 첫 호(10월호)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주간을 맡은 문학평론가 이어령(1934~2022)의 우상파괴 선언(“문단의 문학을 철저히 파괴하여 만인의 문학이 될 수 있게 함”)과 함께 화가 구본웅이 그린 이상의 초상화를 표지 삼아 2만부 찍었고, 1주 만에 재쇄에 들어가야 했다. 70년대 중후반 월 5만부 이상 팔리며 인기와 영향력을 구가했다. 최근 월 판매고는 500부 이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이 남긴 족적도 선명하다. 1회 수상자인 강석경·김병총 작가를 위시해, 소설에서 양귀자, 김형경, 윤대녕, 시에서 송수권, 이사라, 성석제, 평론에서 정현기, 최윤 등을 배출했다.



올해 77회를 맞은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공모전도 잠정 중단된다. 올 상반기 공지되어 4월호까지도 7월말 응모 마감 일정을 예고한 상태였다. 문학사상 관계자는 한겨레에 “월간 문학사상이 언제 복간될지 알 수 없어서 신인문학상 중단을 바로 공지할 수 없었다”며 기존 응모자에게 별도로 연락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누리집 통해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월간 문학사상은 1979년 3~4월호를 휴간한 적 있으나, 신인문학상이 끊긴 전례는 없었다. 휴간은 그해 1월호에 실린 소설 ‘특질고’(오영수)가 호남 폄하로 문학사상 불매운동, 작가 제명 요구까지 촉발시킨 데 따른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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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한 다산북스의 부스 안팎으로, 지난달 29일 오전 11시10분께 모습이다. 입구 왼쪽에 ‘이상문학상 작품집’ 출간 계획을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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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주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한 다산북스는 부스 전면에 “한국문학을 단 한 권만 읽을 수 있다면 이상문학상을 읽겠다”는 문구를 내걸고 2025년부터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출간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문학출판 생태계가 크게 바뀌는 형국이다.



글·사진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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