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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배신자 한동훈' 프레임, '어대한' 뒤집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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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윤, '윤-한 갈등' 몰이 파상공격

2015년 '박근혜-유승민 갈등' 상황 소환

윤 대통령 낮은 지지율…'파괴력' 의문

한 "똑같은 레퍼토리…민심이 안다" 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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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하는 윤상현 의원(왼쪽부터),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과 23일 인천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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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여전한 가운데, 한 후보를 뒤쫒는 후보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 후보 간 갈등구도를 연일 부각하면서 '판 뒤집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탓에 기대 만큼 전략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나경원·윤상현·원희룡 후보는 지난주 후반을 기점으로, 한 후보의 '반윤(반윤석열)' 행보를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나 후보는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중요한 요건 중 하나가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라며 "그런 관계에 있어 신뢰 관계가 파탄 났다고 보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 후보에게 '배신의 정치'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쓴 윤 후보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에서 '절윤'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어마어마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 간) 관계가 끝났다는 것'"이라며 "이러면 당정 관계가 제대로 설 수가 없다. 그래서 한 후보의 시간이 아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윤' 후보로 자리를 잡은 원 후보는 이날 오전에만 네 차례나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한 후보는 당대표로서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난 28일 한 후보가 '내가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과 국민'이라고 한 것을 지적하며 "그 말은 뒤집어 말하면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배신, 당에 대한 배신은 별 거 아니라는 것으로 들린다.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몇 시간 뒤에는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해 대통령과 함께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 당정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한다'라는 국민의힘 당헌 제 8조를 공유하기도 했다. 한 후보가 당헌에도 어긋나는 일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 후보 맞대응도 만만치 않다. 그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세 분들이 입을 맞춘 듯이 시기도 정확하게 맞춰서 그러고 계신데, 일종의 '공포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탄핵까지 할 것이라는 마케팅의 과정인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고 그런 일은 제가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3월 김기현 대표도 당시 안철수 후보와 나경원 후보를 향해 누가 되면 탄핵이 되니, 누가 배신의 정치니 이런 얘기를 그대로 했다'며 "똑같은 레퍼토리다. 민심이 그걸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 후보를 겨냥해 "지금 배신을 가장 말씀하신 분이 박근혜 탄핵을 주장했던 분이고, 탈당해 광역단체장(제주지사) 출마를 했던 분"이라며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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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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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들이 공통적으로 한 후보 견제를 위한 도구로 '배신자 프레임'을 이용하는 것은, 당원들에게 '아픈 추억'을 되살려 한 후보를 향한 지지를 거두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6월 국무회의에서 당시 여당의 원내 사령탑이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향해 "선거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이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불신임 메시지를 냈다.

이는 유 전 원내대표가 당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대통령령 등 정부 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 권한 명문화)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한 말이다. 두 사람은 이전에도 유 전 원내대표가 박 전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증세 없는 복지'를 허구라고 지적하는 등 갈등을 빚었는데, 이를 계기로 유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 사퇴와 탈당을 차례로 결심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탄핵 국면에서 유 전 원내대표가 당 내 탄핵 찬성 의원들을 결집해 바른정당을 창당하면서, '배신의 정치'는 '보수 분열·장기 침체'의 신호탄이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당원들 입장에선 '대통령 배신'이라는 말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 저조가 이어지면서, 경쟁자들의 이같은 전략은 별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은 25%에 그쳤다. 이를 증명하듯 한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다른 후보와 큰 격차를 벌리며 선두를 유지해왔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반한 캠페인이 먹히기 힘든 제일 큰 이유는 총선을 통해 민의가 윤 대통령에게 변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으로 다음 대선을 치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당 내 한 후보를 대체할 만한 주자가 없고, 한 후보의 메시지가 상대적으로 쉽게 (당원과 국민들에게)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만큼 보수 진영 사이에서 무게감이 있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배신'이라는 단어에 당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의원들 사이에서도 총선 패배로 친윤이 무주공산인 상황인데, 당원 동원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 후보도 오히려 '경쟁자들이 반윤이라고 때릴수록 자신의 존재감은 커진다'고 보는 눈치다. 정광재 캠프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정치권 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 대한 '공한증'이 퍼지고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한 당원과 국민의 열망은 커져만 가고 있다"고 밝혔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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