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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화성 참사에도…노동부는 ‘파견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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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장관, 불법파견 감독 부실 지적에 “법 준수 어려워”

윤 정부 ‘소극적 노동행정’ 일관…“불법 양성화하자는 꼴”

산업단지 불법파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화성 참사’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 고용노동부가 파견 규제 완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파견 대상 확대 등으로 간접고용이 더 늘 경우 안전보건 사각지대가 커지는데도 기조를 바꾸지 않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파견제도가 현실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안 되더라도 파견과 도급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정부 지침이 나가야 하는데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려 개선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화성 아리셀 참사의 가장 근본적 문제는 제조업에 만연한 불법파견”이라는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장관은 “법을 준수하기 어려운 제도적 미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도 했다.

이 장관의 입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노동부가 지속적으로 밝혀온 파견 규제 완화 기조와 맞닿아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1월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파견·도급 기준 법제화, 파견대상 확대 등 파견제도를 손질하겠다고 했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시도된 파견 규제 완화와 대동소이하다. 박근혜 정부는 금형·주조·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 제조업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 업무에 대해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파견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개정안에는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의 ‘배려 조치’를 불법파견 징표에서 배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을 명확히 하면서도 원·하청 상생을 위해 취해지는 조치는 파견 판단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다. 원청이 하청업체를 지원하고 싶어도 불법파견이 될까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해결해 ‘착한 원청’의 상생협력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사정 합의 파기, 노동계 반발 등으로 파견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의 파견 규제 완화 기조는 ‘소극적 노동행정’으로 이어졌다. 노동부가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한 사업장 수는 2020년 636개, 2021년 534개, 2022년 489개, 지난해 465개였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노동부가 불법파견을 사실상 방치해 놓고선 이제 와서 사용자들이 파견법을 지키기 어려우니 불법파견을 양성화하자는 꼴”이라고 말했다.

파견법은 ‘일시·간헐적 사유’가 있으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서도 최장 6개월(1회 3개월, 연장 1회 3개월) 동안 파견 노동자를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일시·간헐적 사유가 없는데도 파견 노동자를 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노동부가 진짜 해야 할 일은 이런 꼼수를 막고 안전보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정규직 고용 원칙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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