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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상 받은 공무원·승진한 은행원…가족들, 허망한 죽음에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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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화꽃으로 추모 서울 시청역 교차로 차량 돌진 사고 이튿날인 2일 사고 현장에 놓인 국화꽃 너머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현장 정리를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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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근무하던 공무원 2명
직장 동료 4명 한꺼번에 참변

희생자 9명 서울 곳곳 안치
보행기 끌고 아들 찾은 노모
“엄마 어떻게 살라고” 통곡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차량 돌진 사고로 숨진 9명은 서울 영등포병원, 서울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에 분산돼 안치됐다. 희생자 유족과 지인들은 2일 눈물을 흘리며 빈소를 지켰다. 희생자 9명 가운데 4명은 한 회사 동료이고, 2명은 서울시 공무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행정국 청사운영1팀장 김인병씨(52)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안치됐다. 김씨의 빈소에선 울음이 흘러나왔고, 검은 상복 차림의 유족들은 충혈된 눈으로 빈소를 오갔다.

김씨 유족들은 경북 안동에서 5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이 전깃불도 들지 않는 가난한 집에서 자라 자수성가한 인물이라 했다. 중학생 때 등굣길 차 사고로 한쪽 시력을 잃고 한쪽 팔을 못 쓰게 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공직에 몸담아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했다. 김씨의 큰형 윤병씨(68)는 “내일모레가 어머니 제사인데 내려올 수 있냐고 전화했더니 안 받더라”며 “형으로서 도와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셋째 형(57)은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동생의 방송 인터뷰 영상을 보여줬다. 그는 “형제가 모두 공직에 있었는데 특히 동생은 더 열심히 일했다”며 “자랑스러운 동생”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9급 세무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5급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김씨는 탈세 추적이 주 임무인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서 일하며 성과를 올려 TV 방송에도 자주 출연했다. 1년 전부터 청사운영팀에서 근무해왔는데 사고 당일 그가 속한 팀이 서울광장 야외도서관 조성 공로를 인정받아 ‘동행 매력 협업상’ 수상자로 뽑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와 함께 서울시청에서 근무했던 윤모씨(30)도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윤씨가 일했던 부서 팀장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조용하고 책임감이 강한, 앞길이 기대되는 직원이었다”며 “밝게 생활하고 화합을 잘해 대인관계가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시청역 인근에 본사를 둔 은행 직원 4명이 한꺼번에 참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중 1명은 사고 당일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의 승진과 인사발령을 기념해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 이모씨(54)의 노모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빈소에서 절규했다. 보행보조기를 끌고 아들의 장례식장을 찾은 노모는 가슴을 두드리며 “○○야, ○○야, 거기서 나와라. 거기 앉아 있으면 어떡하니. 엄마 보게 좀 나와라. 내가 먼저 가야지, 엄마가 어떻게 살라고”라며 통곡했다.

같은 은행에서 근무한 이모씨(52)가 안치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유가족의 무거운 발걸음이 이어졌다. 은행 부지점장인 이씨는 두 자녀를 두었다. 이씨의 삼촌 내외는 “너무 착하고 성실한 조카였고 같이 살았었다”면서 “말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오동욱·이예슬·김송이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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