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유통업계 소비 트렌드도 달라졌다. 코로나19 이후엔 ‘플렉스’ 소비가 대세였다면 지금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을 찾는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 유통기업들도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사업 전략을 바꾸고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 5월 주요 유통업체 오프라인 채널 중 대형마트(-3.1%)와 백화점(-0.1%)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반면 편의점은 4.1%로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고물가 속 각종 제휴 할인과 가성비 PB(자체브랜드) 상품 등을 확대하는 편의점에 고객들이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편의점업계는 1000원을 밑도는 상품은 물론 초대형 크기와 합리적인 가격를을자랑하는 ‘초대형 마케팅’ 등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먼저 CU는 지난달 990원짜리 자체 브랜드(PB) 스낵 ‘990 매콤 나쵸칩’과 ‘990 체다 치즈볼’ 등 2종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75g 용량으로 기존 브랜드 대비 중량은 약 20% 늘리고 가격은 30% 낮춘 것이 특징이다. 세븐일레븐도 세븐일레븐은 ‘천원맥주’ 시리즈를 이어가며 이달 덴마크 ‘프라가 프레시(Praga Fresh)’를 천원에 선보였다.
GS25는 지난달 8인분 분량의 초대형 물냉면 ‘유어스세숫대야물냉면’을 출시했다. 세숫대야물냉면은 150g 안팎인 보통 냉면 중량의 8배인 1.2㎏ 냉면 사리로 구성됐다.
이러한 소비패턴을 반영해 편의점 외의 유통기업들도 마케팅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역(逆)슈링크플레이션(가격을 낮추거나 용량을 늘린) 상품을 대거 선보였다.
홈플러스는 지난달부터 물가안정 프로젝트 일환으로 생필품 40여종의 가격을 일시적으로 인하했다. 콩나물, 핫도그, 만두, 청소용품, 밀폐용기 등도 최대 6000원 할인한다.
이마트는 용량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춘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감자, 당근, 양파 등의 여러 채소를 소분해 팩으로 판매하고, 수박 등 크기가 큰 과일도 소분해 조각 과일로 판매 중이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백화점업계도 앞다퉈 ‘반값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7일까지 압구정본점 등 전국 16개 점포에서 여름 정기 세일을 진행한다. 이번 세일에는 300여개 브랜드가 참여해 봄·여름 신상품을 최초 판매가 대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이 이어지다 보니 소비자들도 사치성 소비보다는 가성비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를 고려해 유통업체들도 가성비를 앞세운 PB상품과 반값 할인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이나경 기자 nak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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