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 535곳이 모인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현장단체연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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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지난 12일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및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여당은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한해서만 허용되는 ‘위장수사’를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까지 확대하기 위한 법률 개정 등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당정협의 자리에는 법무부, 경찰청만 참여했다.
#2. 여성가족부가 지난 27일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112 신고와 여성긴급전화1366 등 피해자 지원기관과의 연계 및 피해자 긴급주거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대책에 다른 정부부처 정책은 없었다.
여가부는 누리집에서 ‘여성·아동·청소년에 대한 폭력 피해 예방 및 보호’를 설립 목적 가운데 하나로 밝히고 있다. 디지털 성폭력, 교제폭력 등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이 여가부의 핵심 역할이며, 여성폭력 방지정책 주무부처로서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범정부 정책 총괄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선 1호 공약으로 ‘여가부 폐지’를 내걸었던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여가부가 젠더폭력 근절을 위해 관계부처 간 역할을 분담·조정하는 기능은 크게 약화한 상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난 27일 여가부의 교제폭력 대책 발표다.
이는 지난 정부가 2018년 2월 발표한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이 관계부처 합동 대책이었던 점과 대조적이다. 가해자 처벌 강화(법무부), 피해자 신변보호 강화(경찰청) 계획을 망라한 정부 종합대책을 대표해서 발표한 부처가 여가부다.
이번에 발표한 교제폭력 대책과 관련해선, 현재 교제폭력을 규율하는 법률은 없다. 이에 피해자 보호 공백이 발생하고 있고, 교제폭력을 단순히 ‘연인 간 다툼’으로 보는 일을 막기 위한 수사기관의 젠더폭력 이해도 제고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범부처 대응은 필수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17층에 있는 여성가족부 복도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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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한편, 현 정부 들어 여가부가 참여해야 하는 종합대책에 여가부가 빠지는 일도 빈번하다. 지난 12일 디지털 성범죄 대응책을 논의하는 당정협의에 여가부는 협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4월 여가부가 ‘디지털 성범죄 대응 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한 적이 있지만 이는 현행법(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규정된 법정계획의 일환으로 원래 하는 일이다.
앞서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등산로에서 3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하는 등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했을 당시에는 정부가 여가부를 빼고 ‘묻지마 범죄 관리·감독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흉악범죄 사건 대부분이 피해자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흉악범죄가 성별에 기반한 젠더폭력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젠더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가해자 수사·처벌, 재범 방지를 위한 가해자 교정, 피해자 신변보호 강화, 사회 인식 개선, 각급 학교와 직장 등에서의 예방교육 강화 등 여러 조치가 필요하다. 젠더폭력에 있어 범부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가부 차관을 지낸 이숙진 두이에스지(DoESG) 대표는 “(젠더폭력) 예방과 처벌,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적 조치와 (정부)사업적 조치는 모든 부처에서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며, 이를 어느 부처에서 총괄해야 회의를 통한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 여가부는 늘 이런 역할을 해왔고, 그것이 바로 여가부의 존립 이유”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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