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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미국 발칵 뒤집은 중국의 '식칼 신공'…중국 반도체 폭망, 사실일까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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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를 보는 색(色)다른 시선 ⑦] 중국 반도체 산업 좌초(坐礁)인가, 재굴기(屈起)인가 (글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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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봉쇄로 중국 반도체 산업 폭망했다"…사실일까?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기술, 장비를 넘어서 제품, 서비스까지 규제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좌초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많다. 특히 최근에 한국 언론에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서 부도 기업 수가 2022년 5,746개에서 2023년에는 거의 두 배 수준인 1만 900개로 늘어났고 이를 근거로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좌초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부도 기업의 숫자 증가만 보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좌초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전체 창업 기업 수를 보면 판단이 달라진다. 2023년 중국 반도체 산업의 창업 기업 수는 7만 400개였고 이 중 1만 900개 기업이 부도난 것이다. 1만여 개가 부도났지만 생존한 6만여 개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부도 기업 수의 6배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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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이 중국 상황에 대해 오판하는 것은 부분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반도체 기업의 부도 사태에 대한 해석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2014년 이후 10여 년간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서 누적 부도 기업은 2.2만 개이고 현재 생존 기업은 23.9만 개로 부도 기업 비율은 대략 10% 선에 불과하다. 모집단의 수를 보지 않고 부도난 기업의 절대숫자 증가만 보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좌초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팩트는 다르다.

중국은 한국 GDP의 10배, 인구의 28배, 국토 면적은 98배나 된다. 그래서 한국 기준으로 중국 숫자를 보면 오판이 생긴다. 중국은 2022년 기준으로 보면 일평균 창업 기업 수가 2.2만 개나 되고 연간으로 868만 개 기업이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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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 신공"으로 7nm제품 만든 중국 반도체 산업의 비밀



미국 상무부의 중국 첨단 반도체 제품 통제는 확실한 기준이 있다. 14nm 이하 로직칩, 18nm 이하 공정의 DRAM, 128단 이상의 NAND와 관련된 기술과 장비 그리고 첨단 AI 관련 기술과 제품은 수출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완벽하게 통제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은 이런 미국의 허를 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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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미국 러먼드 상무부 장관이 방중해 일정을 마치고 출국하기 전날 저녁 중국은 화웨이가 7nm 기술로 만든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발표하면서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막기 위해 노력해 온 미국에 '화웨이 쇼크'를 안겨주었다. 미국은 발칵 뒤집혔고 더 강력한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다시 서두르게 되었다.

중국의 7nm 스마트폰의 비밀은 "식칼 신공"이다. 7nm 이하 로직 반도체는 EUV 노광장비가 필수인데 중국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DUV 노광장비를 사용해 소위 쿼드러플 패터닝(Quadruple Patterning Technology; QPT)을 통해 제품을 만든 것이다. 비유하자면 회를 칠 때 회칼을 쓰면 한 번에 회를 뜰 수 있지만 회칼이 없는 중국은 둔탁한 식칼을 네 번 이용해 회를 뜬 것이다.

당연히 증착(CVD)·에칭(Etching)·화학기계적연마(CMP) 공정이 두 배 이상 늘어나 수율이 떨어지고 원가는 올라가지만 중국 반도체 회사 SMIC는 국유기업으로 적자는 문제 삼지 않고 첨단 제품만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제품을 만든 것이다. 서방 자본주의 기업은 원가가 안 맞고 수율이 낮으면 사업을 접는 것이 정상이지만 국가자본주의인 중국 기업은 원가가 아닌 제품, 수율이 아닌 기술 확보가 목적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것이다.

"마틴게일 베팅(the martingale betting)"하는 중국 3기 반도체펀드



5월 27일 중국이 3,440억 위안(64조 원)짜리 제3기 국가반도체펀드설정을 발표했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 장비, 서비스까지 봉쇄한 마당에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 규모가 장난 아니다.

중국은 소위 카지노에서 사용하는 "마틴게일 베팅(the martingale betting)"을 하고 있다. "마틴게일 베팅(the martingale betting)"은 돈을 잃을 때마다 두 배의 돈으로 배팅해 나가는 방법이다. 중국의 2014년 1기 펀드가 19조 원, 2기 펀드가 38조 원인데, 3기 펀드는 1, 2기를 합친 것보다 더 큰 64조 원을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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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대라고 하는 미국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위해 내건 Chips법의 반도체 보조금이 5년간 총 527억 달러(72조 원)인데 이 중 반도체 생산에 지원되는 자금은 390억 달러(53조 원)이고 R/D 보조금이 132억 달러(18조 원)이다. 남만큼 해서 남을 뛰어넘기는 어렵다는 말을 인식해서인지 중국의 이번 반도체 보조금은 미국의 생산 보조금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문제는 설립 자본금이 그렇다는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유발 투자는 과거 1, 2기의 경우 3.5-3.7배에 달했다. 이번 3기 펀드의 레버리지 비율을 평균인 3.6으로 보면 총 투자 금액은 1조 2,397억 위안으로 한화로 233조 원이다. 이는 전 세계 미국, 일본, 유럽의 모든 국가 보조금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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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펀드가 1, 2기와 다른 점 4가지



중국의 제3기 펀드가 이미 실시했던 2014년의 1기 펀드, 2019년의 2기 펀드와 다른 점은 4가지이다. 첫째 관리자 교체, 둘째 주주의 교체, 셋째 투자 기간의 장기화, 넷째 투자 범위의 조정이다.

첫째, 펀드 관리를 정부 출신 반도체 전문가로 교체했다. 기존 1, 2기 펀드는 국가가 준 눈먼 펀드라는 인식 때문에 펀드 운용자가 비리를 저지르는 사태가 발생했고 2002년에 펀드를 맡아 운영했던 책임자였던 딩원우(丁文武) 총경리는 기율 및 법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퇴출되었다. 3기 펀드의 관리자, 총경리는 장신(张新)이다. 장신은 공업정보화부 1급 조사관 출신으로 현직에 있을 때 반도체 산업 조사를 담담했고 특히 제3세대 반도체 기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주주 구성이 1, 2기에는 국유기업과 지방 국유기금들이 참여했지만 3기 펀드는 국유은행들이 대거 참여했고 지방 국유기금은 북경, 광동성 2개 지역에 그쳤다. 1기 펀드는 주주 수가 16개였고 2기 펀드는 27개였지만 3기는 19개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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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투자 기간이 장기화되었다. 1, 2기 펀드는 투자 기간 5년 회수 기간 10년(5+5) 구조였는데 3기 펀드는 투자 기간이 15-20년(10+10) 구조로 연장되어 장기 투자를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넷째, 투자 운영 방식과 투자 분야의 조정이다. 1, 2기 펀드는 모펀드 아래 많은 자펀드의 형태로 운영되었지만 이번에는 하위 펀드 수를 대폭 줄여 2개로 운영되고 직접 모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1기에는 56개 프로젝트, 2기에는 45개 프로젝트가 하위 펀드를 통해 집행되었다. 1기 펀드는 다양한 다운스트림 산업 체인 중 반도체 제조 분야에 중점을 두었고 2기 펀드는 반도체 장비 및 재료와 같은 업스트림 분야에 중점을 두었다. 에칭 기계, 박막 장비, 테스트 장비, 세척 장비, 소재에는 대형 실리콘 웨이퍼, 광학용 Resin, 마스크, 특수가스 등이다. 아직 세부 투자 분야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3기 펀드는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와 AI 관련 반도체 HBM 관련 반도체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중국업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규제의 역설(The paradox of regulation)"을 주목



만약 다른 서방 기업이 반도체에서 미국의 현재와 같은 기술, 장비, 서비스의 규제를 당했다면 살아 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국가가 뒤에서 받치고 있기 때문에 제재받은 중국 기업은 멀쩡하게 살아있다. 이론상 2018년 미중 경제전쟁 이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자급률은 떨어져야 정상인데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19년 15%에서 2023년 23%로 8%p나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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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21년부터 중국의 반도체 대표 기업인 SMIC와 화웨이에 대중국 반도체 장비 기술 통제를 시작했고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중국 반도체 기업 SMIC에 대한 모든 기술 수출을 중단하도록 했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을 보면 2022년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장비 제재로 생산 차질이 생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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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23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반도체 장비와 기술 통제는 더 심해졌는데도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상당 부분 장비와 기술 국산화를 통해 생산 정상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도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2023년 전 세계 Top 10 반도체 장비 회사의 반열에 중국의 나우라(北方华创)가 6단계나 뛰어올라 8위로 등극했다. 한국의 세메스는 9위에서 10위로 오히려 순위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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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산업에는 아이러니지만 "규제의 역설(The paradox of regul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규제가 강해지자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반도체 자급 체계와 국산화를 더 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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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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