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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與野 ‘방통위 전쟁’… 민주, 탄핵 발의 이어 위원장·위원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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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

조선일보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경기 정부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발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과천청사 민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불법”이라며 김홍일 방통위원장을 규탄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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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28일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했다. 공모를 거쳐 공영방송 이사를 새로 선임해 곧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방통위는 특히 8월 12일 임기가 끝나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9명 선임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진 임명권을 갖고 있다. 현 방문진 이사진은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돼 친야(親野) 성향 인사가 다수다. 관례에 따라 여(6명)·야(3명) 추천 이사가 새로 임명되면, MBC 사장 임명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회 구성은 여당 성향 우세로 바뀐다.

이에 대해 전날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김 위원장과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불법적 겁박”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선 “MBC 이사진과 경영진 교체 문제를 두고 여야 간 전쟁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하고 방문진 이사 9명 전원과 감사 1명에 대한 공모 절차를 다음 달 11일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8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KBS 이사 11명의 후임자 공모도 다음 달 11일까지 진행한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방통위가 방문진 등의 신임 이사 선임 절차에 들어간 것은 김홍일 위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소추안 발의와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내달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170석)을 갖고 있어 탄핵소추안 가결이 유력하다.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방통위는 현재 김 위원장을 포함해 2인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되면 의사 정족수(2인 이상)를 채울 수 없게 된다. 방문진 이사 교체에도 제동이 걸린다.

그래서 방통위가 방문진 신임 이사 선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김홍일 위원장은 이날 “현행법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추천·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게 법집행기관인 방통위의 당연한 책무”라며 “절차에 최소 4~5주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더 이상 임명 절차를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임기 종료를 앞둔 공영방송 이사 교체를 위한 정상적인 절차라는 취지였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탄핵 소추 전에 자진 자퇴하고 후임 후보자를 서둘러 지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주당은 이날 방통위의 이사 선임 절차를 저지하겠다며 방통위 청사가 있는 정부과천청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소속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주로 MBC 경영진 교체 문제를 거론했다. 방문진 이사진 교체가 MBC 사장 등 경영진 교체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그들은 “김홍일 위원장이 권한을 남용해 MBC를 장악하려 한다”며 “김 위원장은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불법 2인 심의를 당장 멈추고 탄핵소추와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방통위의 오늘 이사 선임 계획은 불법 절차에 의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정부·여당은 민주당이 ‘친야 MBC 사수’를 위해 방통위를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 의원들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맞불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민주당이 물리력으로 방통위를 겁박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불법적이고 겁박까지 하는 비겁한 행태를 저지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MBC가 계속 친야 성향 직원이 주도하는 방송으로 남아있도록 정상적인 방문진 이사진 교체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야는 앞으로 방문진 신임 이사 선임을 두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칠 방침이다.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이를 저지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본회의 전에 김 위원장이 자진 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탄핵소추안 의결 전에 사퇴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면, 20여 일 걸리는 국회 청문 절차 등을 거쳐 이르면 7월 말에는 새 방통위원장이 임명될 수 있고 방문진 이사 선임도 이날 의결한 계획안에 따라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가 8월 12일을 기점으로 방문진 이사진을 교체하면, 새 이사진이 MBC 사장 교체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MBC의 경우 공정방송에 저해되는 각종 보도로 벌점이 상당히 쌓여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불공정 방송에 대한 책임을 물어 MBC 사장 교체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이 자진 사퇴하는 경우도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7월 중순쯤 열릴 가능성이 큰 새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총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자신들의 반대에도 방통위원장을 새로 임명하면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또다시 탄핵소추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KBS에 이어 MBC와 EBS까지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방송 장악 쿠데타를 기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방송 3법’ 처리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민주당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주는 내용의 방송 3법을 발의해 이미 법사위에서 처리한 상태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 영향을 줄인다는 명목을 내걸었지만, 오히려 공영방송에 대한 친야 성향 단체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법안들이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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