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30 (일)

[현장] 데뷔 23개월 만에 도쿄돔 달군 뉴진스, 월드투어 기대감 키웠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그룹 뉴진스가 26~27일 일본 도쿄돔에서 팬미팅 ‘버니즈 캠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어도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제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월드투어 전에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27일 저녁 일본 도쿄돔,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공연을 기다리는 취재진에게 다가와 말했다. 전날 이곳에서 그룹 뉴진스가 팬미팅 ‘버니즈 캠프’ 첫 공연을 마친 터였다. 아쉬움이 전혀 없는 어제가 있겠냐마는, 적어도 이날 공연 뒤였다면 민 대표의 말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전날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그 짧은 새 진화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둘째 날 무대의 포문을 연 건 프로듀서 이오공(250)의 디제잉이었다. 몽환적인 사운드와 함께 무대 뒤 초대형 전광판에 환상적인 비주얼 아트가 펼쳐졌다. 뉴진스 히트곡을 여럿 탄생시킨 장본인답게 낯선 사운드 속에 낯익은 뉴진스 노래의 향취를 흩뿌렸다.



한겨레

그룹 뉴진스가 26~27일 일본 도쿄돔에서 팬미팅 ‘버니즈 캠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어도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곧이어 뉴진스 멤버들이 첫 곡 ‘어텐션’을 부르며 등장했다. 2022년 데뷔 미니앨범 첫번째 트랙으로, 뉴진스 신드롬의 시작점이 된 노래다. 그때도, 이날도 노래 제목처럼 단숨에 ‘주목’을 끌었다. 발등 부상으로 그동안 빠졌던 막내 혜인까지 함께한 5인조 완전체였다. 도쿄돔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울렸고, 응원봉이 형형색색으로 물결쳤다.



이어진 곡 ‘쿠키’에선 관객들의 추임새와 ‘떼창’이 가세했다. “달콤한 맛만/ 디저트만 만” 대목에서 관객들은 “맛만”과 “만 만”을 구령처럼 목이 터져라 외쳤다. 남자들의 굵은 목소리가 유난히 컸다. 이날 관객 비율은 남자가 60~70%는 돼 보였다. 대부분 젊은 층이었으며, 간혹 머리가 희끗한 중장년 관객도 있었다.



한겨레

그룹 뉴진스가 26~27일 일본 도쿄돔에서 팬미팅 ‘버니즈 캠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어도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익숙한 노래들을 새롭게 들려주고 보여주는 시도가 잇따랐다. ‘허트’는 어쿠스틱 기타, 베이스, 건반, 드럼의 단출한 밴드 라이브로 담백하게 풀어내 색다른 느낌을 줬다. ‘슈퍼 샤이’ 때는 무려 110명의 댄서들이 무대로 쏟아져 플래시몹을 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미공개곡을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하니와 다니엘은 듀엣으로 미발표곡 ‘홀드 잇 다운’을 처음 선보였다. 이전 곡들과 달리 강렬한 랩이 인상적이었다. 다니엘은 솔로 무대에서 자작곡 ‘버터플라이스 (위드 유)’를 최초로 들려줬다.



다른 멤버들도 솔로 무대로 평소와 다른 매력을 뽐냈다. 민지는 요즘 일본에서 떠오르는 신예 싱어송라이터 바운디의 히트곡 ‘무희’를 커버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하니는 일본 인기 가수 마쓰다 세이코의 1980년 히트곡 ‘푸른 산호초’를 불러 도쿄돔을 들썩거리게 했다. 전날 무대 영상이 에스엔에스(SNS)에 퍼지며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큰 화제가 된 노래다. 혜인은 영국에서 활동 중인 일본 싱어송라이터 리나 사와야마와 듀엣 무대를 선보였다. 일본 대중음악의 과거와 현재가 한국에서 온 케이(K)팝 신성들과 접속하는 순간이었다.



한겨레

그룹 뉴진스의 하니가 26~2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팬미팅 ‘버니즈 캠프’에서 솔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어도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연 중간중간 멘트를 할 때는 재밌는 광경이 펼쳐졌다. 한국말과 일본말을 자연스럽게 섞어 썼다. “왜 이렇게 귀엽지? 어떡해? 가와이데스” 하는 식이었다. 베트남계 오스트레일리아인 하니는 영어를 섞기도 했다. 관객들은 찰떡같이 알아듣고 환호했다. 케이팝에는 국경과 언어의 장벽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증명한 상징적 장면이었다.



일본에서의 첫 본격 무대인 만큼, 지난 21일 발표한 일본 데뷔 싱글 ‘슈퍼내추럴’과 ‘라이트 나우’, 한국 싱글 ‘버블검’의 일본어 버전을 후반부에 주요하게 배치했다. 본공연 마지막 곡 ‘디토’와 앙코르 곡 ‘에이에스에이피’(ASAP)까지 모두 22곡을 소화한 뒤 2시간30분간의 공연을 마쳤다.



혜인은 “언니들이 저 없는 동안 제 자리를 메꿔주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며 눈물을 쏟았다. 멤버들이 다같이 얼싸안자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응원했다. 민지는 “네 명이서 활동하는 동안 혜인이 생각 많이 났다.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했는데, 혜인이도 응원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다니엘은 “어제와 오늘 믿기지 않을 만큼 버니즈 여러분이 큰 사랑을 주셔서 꿈만 같다. 오늘 잠이 안 올 것 같다”며 감격했다.



한겨레

그룹 뉴진스가 26~27일 일본 도쿄돔에서 팬미팅 ‘버니즈 캠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어도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팬미팅에는 이틀간 9만1200여명이 들었다. 뜨거운 관심으로 일찌감치 매진돼 시야제한석까지 열었다. 전날 공연에는 홍콩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가 찾았다. 민 대표는 “뮤직비디오(‘쿨 위드 유’)를 같이 작업한 게 인연이 돼 초대했는데, 감사히도 와주셨다. 오늘(6월27일)이 생일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도쿄돔은 인기 최정상 스타만 설 수 있는 꿈의 무대다. 뉴진스는 일본 이외 아티스트 중 데뷔 후 최단 기간인 1년 11개월 만에 도쿄돔에 입성하는 기록을 썼다. 다음 관문은 내년 월드투어다. 초대형 글로벌 팝스타로 발돋움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도쿄/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