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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기고] 사회연대 확립의 기초 ‘약자동행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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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울경제


사회지수는 한 사회의 발전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표준적 도구다. 국내총생산(GDP)이 경제적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다 나은 삶 지수(BLI·Better Life Index)’는 사회적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다. BLI는 객관적·주관적 차원에서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수로 국제적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삶의 어떤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지,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 등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2023년 서울시가 발표한 ‘약자동행지수’는 바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지수로 평가된다. BLI같은 거시적 지표와는 달리 구체적인 도시 단위의 정책적 노력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연계해 평가할 수 있는 지수로, 이를 토대로 정책개발과 예산편성 등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단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의 개념도 기능적·경제적 취약성을 중점으로 하는 전통적 약자의 개념뿐만 아니라 고립·배제 등과 같은 신사회적 위험에 노출된 취약계층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포괄적이다. 특히 프랑스의 토마 피케티 교수가 참여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상위 1%가 전 세계 자산의 37.8%를 차지하는 등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와 불평등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욱이 2016년 유엔(UN)에서 빈곤 퇴치와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같이 약자동행지수도 사회연대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약자동행지수는 생계돌봄·주거·의료건강·안전 등 각 영역별로 서울시의 정책적 노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영역의 지표 성과를 합하여 하나의 지수로 산출한다. 올해 발표된 약자동행지수 평가 결과 생계돌봄, 주거, 의료건강, 그리고 새로운 사회적 위험 관련 안전 영역의 지표가 전년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안전망이 더 촘촘해져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 속에서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서울시의 정책에 실효성이 있었음을 입증해준 것이다. 다만 교육문화와 사회통합 영역에서는 지수가 하락하여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함을 시사하였다.

이렇듯 약자동행지수가 보여주는 의미가 크지만, 하나의 지표가 지속성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듬고 함께 살아가야 할 미래를 위해 약자동행지수는 지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약자동행지수가 개선되어야 할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지수의 공신력을 담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번 평가에서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평가에서도 각각의 영역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평가단을 구성해야 한다. 또한 지표와 지수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이를 공표하여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서울시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야 한다.

둘째,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한 정책과 사업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조사·연구하여 새로운 지표에 반영하도록 하고, 기존의 지표 역시 변화하는 상황을 더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지표와 실제적 정책이 일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의 단순 공급과 지원규모에만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의 변화를 감지하고, 해당 연도의 취약계층 모수가 변화함에 따라 지원규모도 달라지는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지표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전년도 지원 대비 성과만을 단순 비교하여 수치가 높아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데서 나아가 목표치를 설정하여 반영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즉 사회적 약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목표치를 설정하여 실제 서비스가 달성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넷째, 서비스 제공에 집중되어 있는 지표에서 대상자의 역량 강화 및 공정한 기회 제공을 강조하는 측면에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서비스 대상자로만 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역량을 강화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공정한 기회가 얼마나 제공되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안심소득과 연결하여 생계사다리가 얼마나 복원되었는지, 돌봄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 확대로 회복력이 얼마나 제고되었는지 등이다. 이러한 부분은 양적 지표만으로 성과를 보여주기 어려울 수 있어 질적 지표의 활용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보완을 통해 서울시의 약자동행지수가 지속가능한 지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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