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계 기자회견에서 각계 참석자들이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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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도 법정 심의안 제출 시한을 넘겼다. 경영계는 그간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오른 점을 감안해 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에 한해 구분 적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노동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최저임금위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된 전원회의는 오후 10시 20분께까지 진행됐으나 노·사·공익위원 간 접점을 찾지 못하고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이날 노동계는 구분 적용에 관해 표결 자체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동계가 요구한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최저임금 결정을 표결 없이 공익위원의 중재 의견을 받아들여 합의 처리했듯 구분 적용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은 꼭 이날이 아니더라도 구분 적용 여부는 언젠가는 표결로 결정해야 한다는 뜻을 보였다. 이 같은 의견 차 속에 최저임금위는 다음달 2일 열리는 제7차 전원회의에서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경영계는 이날 최저임금위에서 구분 적용 방안을 제시했다. 류기정 사용자 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은 "음식업, 택시, 편의점을 중심으로 업종별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해온 관행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류 위원은 "최저임금은 2017년 이후 7년간 52.4% 올랐지만, 주휴수당을 감안하면 82.9% 높아진 셈"이라며 "우리나라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65.8%로 적정 수준 상한이라는 '60%'를 이미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이명로 사용자 위원(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한계업종의 근로자 생계 문제를 사용자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근로장려세제(EITC) 등 사회복지 정책을 활용해 해결해야 한다. 실제로 올해 EITC 규모는 6조1000억원"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기중앙회는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서 편의점, PC방 등 10개 업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어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과 2025년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했다. 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소기업·소상공인은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어려운 여건이며, 지불 능력에 따라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이 크게 차이 난다"며 "지불 능력이 취약한 업종에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고 최악의 경영 사정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현재 수준으로 결정해달라"고 말했다. 이정우 서울경인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가 들어오면서 저가 수입 가구와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원가가 올라도 사실상 가격을 높일 수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문을 닫는 가구업체가 늘고 있다"고 호소했다.
반면 노동계는 구분 적용에 대해 '차등 적용' '차별 적용'이라며 반대 의견을 고수했다. 이날 이미선 근로자 위원(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우리가 차등 적용을 논의하고 있는 것 자체가 법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부끄럽다"며 "최저임금위 위원으로서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종별 구분 적용은 1988년 최저임금법 시행 당시부터 명문화된 조항이다. 노동계가 업종별 구분 적용을 반대하고 나선 데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1일 발표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도 큰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현행 법 규정 및 제도 취지를 고려할 때 더 낮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한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노동 생산성이나 지불 능력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방향의 차등 적용 논의는 제도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은 최저임금 심의안 제출 법정시한이었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 속도는 20일을 넘겨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지난해보다도 늦은 셈이다.
[이윤식 기자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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