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30 (일)

어린이집·유치원 통합기관 이르면 2026 도입… 통합 방식은 숙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 ‘유보통합’ 실행계획 발표

영유아 관리 부처 교육부 일원화

2024년 하반기 100곳 시범 운영 방침

입소 방식·재원 마련 등은 과제로

이르면 2026년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유아학교’ 등의 이름으로 통합된다. 정부는 돌봄 시간을 늘리고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줄이는 등 두 기관의 장점을 합쳐 0∼5세 교육·보육 질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입소 방식이나 교사 자격 등 현장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한 통합 방식은 정해지지 않아 최종 통합안이 나오기까지 진통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유보통합 실행 계획(시안)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합기관으로 유아 교육·보육 질 높인다

27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런 내용의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을 발표했다. 유보통합은 보건복지부(어린이집)와 교육부(유치원)로 나뉘어있던 영유아 교육·보육체계를 일원화하고 0∼5세(한국나이 1∼7세) 통합기관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날 개정된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면서 어린이집·유치원 관리 부처는 교육부로 일원화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추후 유아학교 또는 영유아학교 등으로 명칭이 변경된다. 또 교사 대 영유아 비율도 개선된다. 현재 어린이집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은 0세 1:3, 1세 1:5, 2세 1:7, 3세 1:15, 4·5세 1:20이고, 유치원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최대 3세 1:24, 4세 1:26, 5세 1:28이다.

교육부는 교사 대 아동 비율을 0세는 평균 1:3에서 1:2로 줄이고, 0∼2세 3학급당 1명씩 배치되던 보조교사는 2학급당 1명씩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원아가 많은 3∼5세 학급에도 교사를 추가 배치해 현재 1:12인 3∼5세 교사 대 아동 비율을 1:8 정도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교육부는 우선 2세에서 3세로 넘어갈 때 교사 대 아동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해 3세 과밀학급부터 교사를 추가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 교사 대 아동 비율 감소를 얼마나 체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구체적으로 제한하기보다 과밀학급 위주로 교사 추가 채용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교사 채용 결정은 각 기관에 있다. 사립 기관의 경우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고 교사를 추가로 채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미취학 자녀가 있는 학부모 A씨는 “현재도 기관에서 의지만 있으면 보조교사를 채용할 수 있지만 인건비 부담 때문에 굳이 채용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강제하거나 지원금을 대폭 늘리지 않는 이상 굳이 기관에서 교사를 추가 채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신도시 등 아동이 많은 지역은 갑자기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줄이면 아이들이 갈 기관이 없어지게 되는 문제가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이라며 “우선 과밀 지역은 교사 추가 투입으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 인건비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또 방학 등의 돌봄 시간을 늘리고, 교실 면적 등의 시설 기준을 상향하는 등 전반적인 유치원·어린이집의 질을 높인다는 목표다.

◆학부모 체감은 아직…남은 숙제 많아

당초 교육부는 2025년 통합기관을 출범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정책 추진이 지연되면서 통합기관 모습은 이르면 2026년에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영유아 학부모들이 유보통합으로 인한 변화를 체감하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날 발표한 계획안에 대해 현장 의견을 수렴한 뒤 올해 말 최종 통합안을 확정하고, 내년에 법 개정을 추진해 2026년부터 학부모들이 기관 통합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100개교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전국 어린이집·유치원의 10% 수준인 3100개교를 시범 기관으로 운영한다.

최종 통합안이 나오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이번 계획안에는 현장 관심이 높은 사안들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입소 방식이다.

현재 3∼5세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기관을 선택하는 구조인데, 두 기관의 입소 결정 방식과 선정 시기 등이 달라 현장 혼란이 크다. 어린이집은 맞벌이·다자녀 가정 등에 가점이 주어지고 점수가 높은 가정에 입소 우선권이 돌아가지만, 유치원은 법정저소득층, 북한이탈주민 등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 추첨으로 입소 아동을 선발한다. 또 유치원은 학교처럼 모집 시기와 입학 시기가 정해져 있고, 어린이집은 상시 모집이 진행돼 출생 신고 후라면 바로 대기를 걸 수 있고, 학부모가 대기 순번도 파악할 수 있다.

기관이 통합되는 만큼 입소 방식도 통일돼야 하지만, 교육부는 입소 방식에 대해서는 공론화를 통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입소 방식이 정해지더라도 달라진 방식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 B씨는 “대부분의 학부모는 유보통합에 큰 관심이 없다가 3세(한국 나이 5세) 직전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면서 혼란을 느끼고 통합이 필요하다고 절감하게 된다”며 “선생님 자격이 어떤지, 아이가 다니는 기관이 어떤 부처 소관인지보다 선발과정에 제일 관심이 많은데 그 부분에 대해선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아이가 2026년에 만 3세가 되는데 당장 내년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어떻게 지원하라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며 “선발과정 통합이 진정한 유보통합 아니냐. 다른 부분은 학부모들에게 잘 다가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사 통합 문제 푸는 것이 관건

교사 통합도 난제로 꼽힌다. 30여년간 역대 정부들이 유보통합을 시도했다가 좌초됐던 가장 큰 이유도 교사 통합 방안 합의에 실패해서다.

현재 어린이집 교사(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는 법적 지위와 자격 취득 방식 등이 모두 다르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교직과정을 이수하면 정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국공립유치원 교사의 경우 임용고시도 통과해야 한다. 반면 보육교사는 전문학사 이상 학위를 받거나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유치원 교사들은 보육교사와 통합되는 것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2027년부터 학사 학위를 바탕으로 ‘영유아정교사’ 통합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자격 개편안에 대해선 공란으로 남겨뒀다. 0∼5세 담당 ‘영유아 정교사’로 통합하는 1안과 0∼2세 담당 ‘영아 정교사’, 3∼5세 담당 ‘유아 정교사’로 나누는 2안 중 의견수렴을 거쳐 연말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0∼5세 교사로 통합할 경우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이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교사 자격을 이원화할 경우 기존 보육교사를 영아 전담으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또 0∼2세만 받던 기관이 3세 등으로 입소 아동 범위를 넓히려 할 때 교사 채용이 복잡해지는 등의 문제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유치원 교사는 전국에 5만명, 보육교사는 22만명 정도고, 보육교사 중 30%가량은 유치원 교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보육교사 자격증만 있는 15만명가량을 유치원 교사와 어떻게 통합할지가 향후 논의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재원 마련도 숙제다. 교육부의 계획대로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선 막대한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교육부는 이날 예산 규모나 조달 방식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고 “협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유보통합에 추가로 들어가는 예산은 향후 3년간 연간 2조∼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교육부는 이날 발표한 계획안에 주요 내용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남은 기간 현장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되는 사안들에 대해 교육부가 결정해서 안을 제시하는 것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현장과 소통하고 의견을 반영해서 통합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교육부가 계획안을 늑장 발표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관계자는 “원래 지난해 말 예정이었던 계획안이 6개월이나 밀린 만큼 상당히 진전된 수준의 계획안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민감한 사안에 관해서는 결정된 것이 많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앞으로 결정해야 하는 사안들이 모두 쉽지 않은 문제들인데 연말까지 다 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유보통합은 ‘남북통일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갈등이 많은 분야라서 자칫 잘못 접근하면 통합이 되기는커녕 갈등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전 정부에서 연달아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오늘 시안에 복수 안으로 되어있는 것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사안이 진전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연말에 최종안 확정하는 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과제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간다면 학부모들이 충분히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출생 시대에 태어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과 지자체뿐만 아니라, 유아 교육계와 보육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