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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2천 명 어디서? 교육 어떻게? '의대 증원' 청문회서 답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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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법원 갔던 '의대 증원'…이번엔 국회 청문회로

복지위, 복지부·의료계 불러 '의료대란' 묻는다

의대 2천명 증원 결정 근거 및 과정, 의학교육 질 저하 등

돌아오지 않는 사직 전공의 해법도 논의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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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을 포함한 정부의 '의료 개혁'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가 이번엔 국회로 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천 명 증원 결정의 근거 및 과정, 의대 교육 질 저하 우려, 사직 전공의 복귀 방안 등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 관계자들을 불러 캐물을 전망이다.

복지위는 26일 정부와 의료계 관계자를 모두 불러 의료 공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진행한다.

복지위 의원들은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불러 의료대란 책임을 묻는다. 그러면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결정 과정 및 의대 정원 수요 타당성, 의학교육 질 저하 우려 등의 문제를 짚는다.

의료계에서는 참고인으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등을 부른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한수영 병원간호사회 회장도 불러 이번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 전반적으로 물을 예정이다.

'2천 명' 근거 보고서 3건? 1시간 만에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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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위는 26일 정부와 의료계 관계자를 모두 불러 의료 공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진행한다.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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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쟁점은 의료 공백 사태의 시발점인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결정 근거와 과정이다. 정부가 지난 2월 6일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안을 발표하면서 의료계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의대 증원을 포함한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은 지난 2월 20일부터 사직서를 내고 의료 현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2천 명 증원 결정이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결정한 내용이라고 밝혔지만 의료계에서는 '근거가 없다'고 비판해 왔다.

2천 명 증원 결정의 근거와 과정과 관련한 자료들은 지난 5월 법원에서 한 차례 공개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4월 30일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전공의·수험생 등 18명이 복지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처분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기일에서 정부 측에 의대 증원 처분 관련 추가 자료와 근거들을 5월 10일까지 법원에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원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 정책 관련 보도자료 및 언론보도 등 총 55건 자료를 제출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결정할 때 근거로 삼은 보고서도 제출했지만, 의료계에서는 '근거가 빈약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의대 증원 결정 근거로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 변화의 의료 부문 파급효과 전망(한국개발연구원)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등 보고서 3건을 제출했다.

이에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수천 장의 근거 자료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를 인용한 주장 외에는 없었다"며 "세 문장이면 끝나는 근거가 다"라고 지적했다.

증원 결정 과정도 도마에 오를 예정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한 당일인 2월 6일 보정심 회의록을 보면, 당시 회의는 위원장인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포함해 총 25명 위원 중 23명이 참석했다. 이 중 19명의 찬성으로 약 1시간 만에 의대 증원 안건이 의결됐다.

회의록에서도 이같은 결정 과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엿볼 수 있다. 한 위원은 "2천 명이 그냥 상징적으로 많이 늘린다는 의미에서 나왔는지(여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있는 어떤 전문위원회, 토론회 같은 것들을 주최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정심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장관이) 토론만 이끄신다는 점은 사실 보정심이 무의미하다는 걸 의미한다"며 어차피 회의 후 증원 규모를 '2천'으로 발표할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도제식 의대 교육' 질 저하 우려…어떻게 방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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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부산대 의과대학 강의실. 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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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 이후 의대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도 관심 사안이다. 의료계에서는 갑작스럽게 의대생이 늘어나면서 대학에 이들을 제대로 교육할 환경이 마련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의대 교육 특성상 일대다의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일대일 도제식이 많다는 것이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내년에 늘어날 신입생에다가 올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동맹휴학에 들어가 유급되는 재학생을 합하면 8천 명에 달한다면서 "3천 명 수용력으로 8천 명을 교육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당초 현재 정원(49명)의 4배에 달하는 '200명'을 배정받은 충북대 의대의 경우, 강의실도 단 3개뿐인 데다 '일반인으로부터 연평균 (해부학 실습용) 시신을 10구 기증받는데 어떻게 교육을 진행해야 할지 걱정된다'는 교수들의 성토가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 3월 말 사직 의사를 밝힌 배장환 충북대 의대 교수는 당시 "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해부학 실습실에 200명이 들어가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강의실·교수 등 확충 없이) 정원만 늘리면 카데바(해부학 실습용 시신) 한 구당 학생 30~40명이 실습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습 시 착용할 '600원짜리' 의학용 라텍스 장갑도 못 사주는 상황에서 인프라 지원을 약속한 정부의 말을 어떻게 믿겠냐며 강한 불신도 드러냈다.

정부는 이에 대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생들이 본과 과정에 들어가는 2027년까지 3년의 준비 기간 동안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관계부처 간 협력을 통해 앞으로 3년간 교수 증원, 강의실·실습실 확충, 실습 기자재 확보 등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전공의 복귀 방안·의료 공백에 투입된 '1조 원' 놓고도 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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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시내 한 병원 앞에 전공의 이탈로 진료가 어렵다는 내용의 배너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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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복귀시킬 방안에 대해서도 질의가 나올 전망이다. 결국 장기화하는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공의들의 복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대학병원 경영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사직한 이후 대학병원의 74.5%가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노조는 병원이 긴축에 돌입하면서 그 피해가 의사 외 다른 직원들에게도 전가됐다고 주장한다. 병원들이 경영난 타개 명목으로 의료 소모품 절약, 신규 근무복 지급 중단, 근무복 세탁 자제, 직원 주차장 이용 요금 부과 등 직원 복지 정책도 대폭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 요구하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 가능성에 대한 질의도 나올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사직하지 않은 전공의와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여전히 '행정처분 유예'를 고수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복귀가 어려운 전공의에 대해서는 조속히 사직 처리해 6월 말까지 병원 현장을 안정화시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밖에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비상진료체계 등에 쓴 재정이 제대로 쓰였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지난 2월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이후 정부는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지금까지 건강보험 재정과 예비비 약 1조 원을 투입했다. 건보 재정(8003억 원)이 네 차례 지원됐고, 예비비(2060억 원)는 두 차례 투입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복지부 장·차관 등과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복지위 전체 회의에서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들의 의료 보장성 강화를 위해 다양하게 쓰여야 한다"며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면서 들어간 건보 재정이 제대로 쓰인 것인지 국회가 당연히 따져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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