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中 회사 3년간 4300여톤 전국 36개 업체에 수출
유엔 안보리 위반, “美정부 제재 시사, 韓도 ‘제재 동참’ 요구받을 가능성”
북한 노동자 고용 의혹이 제기된 중국 다롄의 한 수산물 가공 공장이 만든 홍보 영상.(왼쪽) 중국 단둥의 한 수산물 가공 공장 앞에 한국 국기가 걸려 있다. 이곳도 북한 노동자를 대거 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중국 소셜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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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와 미 워싱턴 DC의 비영리 단체 ‘아웃로 오션 프로젝트’가 미 금융 제재·공급망 전문 분석 회사 ‘사야리’로부터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해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중국 수산물 가공 회사 다섯 곳이 2021~2023년 말까지 3년간 158회에 걸쳐 한국의 36개 업체로 수출한 물량이 약 4360t에 달한다고 집계됐다. 이들 수산물은 중국 다롄·단둥항에서 출발해 인천 및 부산항에 도착한 뒤 전국으로 유통됐다. 수입된 수산물은 300억~400억원어치 정도라고 추산됐다.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중국산 수산물이 한국으로 대량 수입·유통돼, 한국 소비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을 지원해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아웃로 오션 프로젝트’는 중국 내 수산물 가공 중심지인 랴오닝성 단둥시 둥강에 있는 공장들을 방문해 북한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최소 15개 중국 회사가 1000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미 정부 소식통은 “실제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중국 업체들은 훨씬 많다고 추정된다. 한국으로 수입·유통되는 중국 수산물을 전수 조사할 경우 그 규모는 수만t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이달 초 중국의 현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업체들이 100명이 넘는 북한 20대 여성 노동자들을 새로 고용했다”며 “국제 사회가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 노동을 지켜보고 있음에도 북·중이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워싱턴DC의 비영리 단체 '아웃로 오션 프로젝트'는 작년 중국의 수산물 가공 공장들이 밀집한 단둥에 조사관들을 파견해 그 곳에서 강제 노동을 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을 인터뷰했다. 사진은 조사관들이 북한 주민들의 증언을 받아적은 기록. /아웃 오션 프로젝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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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 결과 중국 회사들은 북한 노동자들이 사실상 ‘노예 노동’을 통해 손질한 황태채·아구포 및 냉동 연어·대구, 바지락 등을 한국으로 수출하고 있었다. 한국 업체들이 수입한 중국산 수산물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마트 및 부산·경기·인천 등 전국의 지역 수산물 시장 등에서 유통 중이라고 알려졌다. 최근 본지 보도 이후 일부 대형 마트들이 일부 중국산 수산물에 대한 판매 중단 방침을 밝혔지만, 여전히 다량의 수산물들이 전국에서 소비되는 상황이다.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을 탄압해왔다고 알려진 ‘다롄 하이칭 푸드’는 서울과 경기, 부산 등 6개 한국 업체에 2544t에 달하는 냉동 대구·연어·황태채 등을 수출했다. 이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은 작년 아웃로 오션 프로젝트에 “수시로 관리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도망치다 잡히면 흔적도 없이 죽는다고 협박받았다”고 증언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에서 파견된 보안 요원들의 상시 감시를 받으면서 하루에 18시간 가까이 일하고 한 달에 하루밖에 못 쉰다고 이 단체에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최근 북한 주민들의 강제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재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줄리 터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지난달 17일 “미 정부는 북한이 수산물 가공 등 분야에 노동자들을 해외에 파견하는 과정에 이뤄지는 강제 노동을 조명할 예정”이라며 “제재, 수입 제한 등의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2017년 북한 주민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수입하는 기업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포함한 ‘적성국 대응제재법’(CAATSA)을 제정했다. 터너 특사는 “유사한 입장을 가진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미 의회 관계자는 “향후 한국 등과 북한의 강제 노동을 겨냥한 합동 제재를 논의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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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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