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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한미일 첫 연합훈련, 불필요한 중국 자극은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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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2일 오전 미국 해군 제9항모강습단 소속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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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에지’라는 이름이 붙은 한·미·일 3개국 연합훈련이 이달 말 동중국해에서 처음 실시된다. 북·러가 옛 냉전기에 버금가는 ‘동맹’ 관계를 회복한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중국을 크게 자극할 수 있는 훈련이 첫발을 떼는 셈이다. 북-러 관계 강화로 러시아와 대립이 불가피해진 악조건 속에서 중국과도 갈등하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한-중 관계에 타격이 없도록 신중하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이달 말 제주도 남방 해상(동중국해)에서 진행되는 프리덤 에지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22일 부산에 입항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3각 동맹’으로 거듭난 한·미·일이 사상 처음 진행하는 훈련이다. 3개국 정상은 당시 “3자 훈련을 연 단위로, 훈련 명칭을 부여해 다영역에서 정례 실시”한다고 약속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훈련은 한·미·일의 연합 군사역량을 정식으로 북·중·러에 과시하는 민감한 지정학적 의미를 띠게 됐다.



우려되는 점은 훈련이 진행되는 ‘장소’다.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것이라면 동해에서 실시해야 하지만, 제주도 남방 해상에서 진행된다. 한·미·일은 앞선 4월11~12일에도 이 해역에서 훈련을 벌였다. 해군은 당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및 “북한 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 수중위협 대응” 능력 제고를 위해 이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당시 방위성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을 염두에 두고 3개국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란 분석을 내놨다. 실제 중국의 탄도미사일과 잠수함에 대비한 훈련이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비슷한 훈련이 실시될 전망이다.



중국은 이 훈련을 한·미·일이 대만 유사사태가 발생할 때 공동 대응하기 위해 벌이는 예행연습이라고 보고 맹렬히 반발할 것이다. 그로 인해 지난달 27일 한·중·일 정상회의와 지난 18일 한-중 외교안보 대화를 통해 애써 복원한 대화 흐름이 식을 수도 있다.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이뤄진 북-러 동맹 복원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질서를 뒤흔든 대변동이다. 우리가 주변 두 대국인 중·러와 동시에 싸울 순 없다. 당장 정해진 훈련 계획은 지금 어쩔 수 없더라도, 향후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가 군사훈련을 하는 이유는 국가 안보를 위해서다. 훈련을 하는 것이 오히려 안보를 위태롭게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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