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에서 옮긴 '별들의 집'
11월까지 운영 후 새 공간 물색
서울 중구 을지로1가 부림빌딩으로 이전한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에 희생자들의 이름과 생년월일, 출신지가 쓰여있는 사진이 걸려있다. /황지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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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새집으로 이사 왔네. 여러분 아빠, 엄마와 함께 싸울게요. 지켜봐 주세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1가 부림빌딩 1층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쪽지가 눈에 띄었다.
이날 추모 공간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지만 발걸음은 드물었다. 건물 밖에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추모 공간이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대부분 비어 있는 건물 앞 안내판 맨 밑에 '별들의 집'이라 적혀 있지만 이마저도 눈에 띄진 않았다.
이태원 참사로 숨진 159명의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해 마련된 추모 공간은 지난 16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이곳으로 이전했다. 유가족은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서울광장 합동 분향소를 옮기기로 했다. 부림빌딩은 올해 말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 현재 대부분 입점사가 빠진 상태다. 서울시가 1~2층을 기부채납 받아 소유하고 있다.
건물 1층으로 들어서자 보라색 별 조형물이 '10*29'라는 글자와 함께 맞이했다. 조형물 옆에는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 집'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대부분 불이 꺼져 어두운 건물 내부와 달리 별들의 집은 밝은 조명으로 환했다.
고개를 드니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노란 글씨가 눈에 띄었다. 기억공간에는 희생자 한명 한명의 사진이 나무 액자에 걸려 있었다. 출신 지역과 생년월일, 이름도 함께 적혀 있었다. 별들의 집은 크게 기억공간, 진실의 홀, 소통공간 3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사진 속 '광주 1994.12.06 김재강' 씨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날 지킴이 당번은 김 씨 어머니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방하는 별들의 집은 유족들이 번갈아 가면서 지킴이를 하며 추모객을 맞는다. 이날 오전 광주에서 올라왔다는 김 씨 어머니는 연신 김 씨의 사진을 쓰다듬었다. 그는 "광주에서 서울로 좋은 회사에 취직한 아들"이라며 "취직한 지 3개월 만에 참사를 당했는데 아직도 취직해서 좋아하던 모습이 선하다"고 했다.
특히 "광주에서 이곳까지 오는 게 멀지 않다"며 "열린 공간이던 서울광장과 다르게 내부로 옮긴 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기억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1가 부림빌딩으로 이전한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 진실의 홀에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그린 가족 그림 24점이 전시돼 있다. /황지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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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공간 한쪽에는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리본 수백 개가 비치돼 있었고, 참사 당일의 타임라인이 '그날의 기록'이란 이름으로 쓰여 있었다. 최초 신고가 들어온 오후 6시34분부터 서울시와 소방, 경찰이 협력해 사고를 수습한 오후 11시48분까지의 일지가 시간별로 정리돼 있었다. 마지막에는 159명의 희생자별 구체적인 국적까지 쓰여 있었다.
기억공간 옆 '진실의 홀'에 들어서니 한국작가회 소속 작가들이 자원해 그린 작품 24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림 속 가족은 구성원도, 배경도 제각각이었지만 대부분 밝은 얼굴이었다. 한쪽 벽은 참사 이후부터 지난 16일까지인 '이태원 참사 이후의 시간들'이 채우고 있었다. 중앙 벽에 마련된 이태원역 1번 출구 입간판 양쪽에는 다녀간 시민들이 써 붙인 메모지로 채워졌다.
시민들은 '절대로 잊지 않겠다', '끝까지 기억하겠다', '미안하다' 등을 적었다. 영어와 아랍어, 러시아어 등으로 쓰인 메모지도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벽을 가득 채우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김 씨 어머니는 "오늘 2명이 왔다 갔는데 감사하다"면서도 "더 많은 이들이 찾아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모 공간은 오는 11월2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이후 새로운 공간 마련을 위해 서울시와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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