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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10분기 연속 적자 SK온 살리기… 오너家 위기 극복 시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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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구조조정 핵으로

SK이노서 분사한 이후 계속 손실

20조 투자에 누적적자 2.6조 달해

전기차 캐즘·美 보조금 축소 악재

SK이노·SK E&S 합병추진 배경

배터리 사업 재무구조 개선 목적

최태원 “해현경장” 사업 재편 강조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인 SK그룹 오너가(家)의 위기극복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그룹 포트폴리오 새판짜기가 ‘SK온 살리기’ 성공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출범 이후 3년간 20조원가량의 막대한 돈을 투자했는데 아직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고, 시장 사정상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이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해 공식 출범한 이후 올해까지 시설투자(CAPEX)에 투입한 비용은 2022년 5조원, 지난해 6조8000억원, 올해 7조5000억원 등 총 20조원 규모다.

출범 당시 SK온은 공격적인 투자로 배터리 업계 판세를 금세 뒤집을 기세였다. 미국 조지아주(州), 헝가리,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배터리 공장 신·증설에 나섰고, 10년 안에 글로벌 배터리 업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신규 가동 공장의 생산량 증대 지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미국 정부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보조금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면서 SK온의 영업실적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SK온은 올해 1분기 33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출범 이래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10개 분기 누적 적자 규모는 2조5876억원에 달한다. 2분기에도 3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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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최근 SK그룹이 착수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의 핵심이 ‘SK온 살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SK그룹은 SK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한 배경으로 배터리 사업 재무구조 개선 등이 꼽혔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SK온 출범 전인 2020년 23조396억원에서 2023년 말 50조7592억원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배터리 시세를 좌우하는 리튬 가격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배터리 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이날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당 89.5위안(약 1만7000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4월10일보다 19% 하락했다.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6월 중순 그해 최고치인 305.5위안을 기록했으나, 하반기부터 하향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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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가격의 하락은 앞서 미리 비싸게 구입한 리튬을 현 시세로 판매해야 하기에 투입 시차에 따라 이익이 감소하는 ‘역래깅 효과’를 부른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과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전면에 나서 그룹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해 말 ‘그룹 2인자’로 등극한 최창원 의장은 방만한 투자에 따른 손실, 사업 비효율 등 SK그룹 전반의 문제를 점검 중이다. 최 의장은 “계열사 숫자가 너무 많다.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만큼 계열사 간 ‘합종연횡’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은 거문고 줄을 고쳐 맨다는 의미의 ‘해현경장’(解弦更張) 자세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에서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22일 미국 출장을 떠난 최 회장이 들고 올 SK그룹의 AI 생태계 강화와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강화 방안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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