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이탈리아에 ‘소녀상’ 설치...일본 방해공작에 伊 “위안부 부정 유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럽 두번째 ‘평화의 소녀상’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휴양지에 설치
日 연기 요청에도 伊 제막식 강행
소녀상 옆엔 ‘기억의 증언’ 비문
“일본군, 수많은 여성 성노예 삼아”
日정부 위안부 부정에 유감 표현도
발레벨라 시장 “한국 여성 피해자들이
전세계 전쟁폭력 고통받는 여성 대표”


매일경제

이탈리아 스틴티노시 사르데냐섬 바닷가 휴양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사진=정의기억연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바닷가 휴양지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일본 정부와 언론의 방해 공작에도 이탈리아 스틴티노시 당국은 소녀상이 모든 여성의 인권 보호를 의미한다면서 뜻을 꺾지 않았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의 만행을 기억하고, 현재도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시 성폭력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조형물이다.

이탈리아 스틴티노시와 한국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22일(현지시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 해안가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행사를 열었다.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소녀상은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바닷가 공공부지에 세워졌다. 스틴티노 시청과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이로써 유럽의 소녀상은 2개가 됐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 유럽 최초의 소녀상이 있다.

특히 사르데냐섬 소녀상 옆에는 ‘기억의 증언’이라는 제목의 긴 비문이 별도 안내판으로 설치됐다.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소녀와 여성을 강제로 데려가 군대의 성노예로 삼았다는 등의 내용이 적혔다.

또 일본 정부가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며 소녀상을 철거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대한 강한 유감도 담겼다.

일본은 스틴티노시에 제막식 연기를 요청하고, 부정적인 언론 보도를 하는 등 소녀상 설치 과정에 훼방을 놨다.

현지 지역지 ‘루니오네 사르다’는 스즈키 사토시 주이탈리아 일본 대사가 제막식 이틀 전에 스틴티노시를 방문해 리타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과 면담했다고 보도했다.

사토시 대사는 발레벨라 시장에게 소녀상 제막식이 일본과 한국 사이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상처를 건드리는 등 양국 간 논란을 촉발했다면서 제막식 연기를 요구했다고 한다.

발레벨라 시장은 제막식 연기 요청을 거부하면서 다만 비문 문구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사실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루니오네 사르다는 전했다.

발레벨라 시장은 그러면서 사토시 대사에게 “오늘 우리는 전쟁 중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지금 이 순간 기억하는 한국의 여성 피해자들은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 등에서 전쟁 폭력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모든 여성을 대표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22일(현지시간)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축사하는 발레벨라 시장. [사진=정의기역언대 제공]


일본 언론도 정부의 방해 움직임을 도왔다. 일본 교도통신은 발레벨라 시장이 소녀상 비문 문구의 편향성을 인정하고 한일 양국의 입장을 병기하는 내용으로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은 그러나 “발레벨라 시장은 본인이 일본 대사를 만났을 때 비문 변경을 언급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비문을 고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이사장은 또 발레벨라 시장이 제막식 축사에서 “소녀상은 일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 여성 인권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일본은 정부 주도로 세계 곳곳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를 유도하고 있다. 베를린 소녀상도 일본 정부와 민간의 끈질긴 요구로 인해 오는 9월 28일 이후 철거될 예정이다.

소녀상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베를린 미테구청은 지난 18일 “특별 허가가 한 차례 연장됐고 이후에는 문구를 수정하는 조건으로 용인하는 상태”라며 “협의가 실패해 더 이상 허가를 연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테구의 좌파 정당은 이에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미 충분히 논의했고 소녀상의 앞날에 대한 제안을 들었지만, 구청은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