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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에 21일 달러당 원화 값이 두 달 만에 1390원대로 떨어졌다. 달러당 엔화 값도 장중 159엔까지 하락하며 전 저점인 160엔에 근접했다. 원화 값이 심리적인 지지선인 1400원 선을 위협하자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 외환스왑 거래 한도를 35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전격 증액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값은 전 거래일보다 3.6원 내린 1388.3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값은 전 거래일보다 7.3원 내린 1392.0원에서 출발해 장중 한때 1392.9원까지 떨어졌다. 장중 가격과 종가 모두 지난 4월 16일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 약세가 심해진 것은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물가 억제에 성공한 유럽이 최근 잇달아 기준금리를 내리며 통화가치가 낮아진 반면 미국에서는 고용시장 활황에 고금리 국면이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며 달러 몸값이 오르고 있다. 엔화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 통화가 약세를 보인 점도 원화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원화 값 낙폭이 커지자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 외환스왑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해외에 투자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구해 가면, 달러 몸값이 올라 원화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연금에서 원화를 받는 대신 외환보유액에서 직접 달러를 주는 교환 계약을 강화해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고 있다.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은 2022년 100억달러 규모로 시작해 지난해 350억달러로 확대됐는데, 이번에 규모가 더 커졌다.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지속되는 점 등을 고려해 두 기관의 대응 여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매력을 기준으로 환산한 원화의 실질 통화가치 하락 속도도 빠른 편이다. 매일경제가 국제결제은행(BI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4% 내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낙폭이 5번째로 컸다. 한국보다 통화가치 하락이 강한 나라는 엔저 장기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5.4%)과 올 들어 기준금리를 내린 스위스(-5%), 스웨덴(-3.6%) 정도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국 물가와 교역 비중을 고려해 구매력 기준으로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다른 나라에 비해 통화가치가 저평가됐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1300원대 후반의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뚜렷해지기 전까지 강달러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20일(현지시간) 상반기 환율 보고서를 발표하며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 연속으로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했다. 반면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을 비롯한 7개국은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한국이 미국의 환율 감시망에서 빠지면서 외환정책 대외 신뢰도가 높아진 만큼 외환당국 운신의 폭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미국 환율 감시 체계가 본격화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관찰대상국에서 빠졌는데, 이번에 두 번 연속 관찰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정환 기자 /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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