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당일도 길죠, 30분 배송 해드릴게요”…이 대형마트가 잘나가는 비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미국 피츠버그의 월마트 점포 [AP = 연합뉴스]


“감기약과 오렌지주스, 온열 담요까지 고객이 원하는 모든 제품을 30분내 배송하겠습니다.”

미국의 유통 공룡 월마트는 지난달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2025년 1월까지 미국 50개주 중 49개주에서 처방약을 30분내에 배송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일하게 대상지역에서 제외된 노스다코다주는 주법상 배송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미국 전역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아칸소·미주리·뉴욕 등 6개주에서 운영중인 서비스를 확대한 것으로 약국의 영역까지 파고들었다. 월마트는 한발 더 나갔다. 처방전과 함께 고객이 주문한 일반 상품도 배달하는 ‘단일 배송’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인들에겐 ‘싼 가격’만이 강점으로 여겨져 온 월마트가 오프라인 유통업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파격적인 서비스덕에 실적 역시 순항 중이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한국 유통기업 1·2위 롯데, 신세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 플랫폼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온라인 전략 △ 비용 절감에 집중한 기술투자 △ 영업시간 제한이 없는 규제 환경의 3가지 요소가 한미 유통업체의 운명을 가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월마트는 2011년 온라인 주문 상품을 매장에서 가져가는 ‘픽업 서비스’를 출시한 이래 배송을 혁신하고 있다. 현재 배송 옵션만 10가지가 넘는다. 최장 1시간내에 제품을 배달해주는 ‘퀵 배송’, 집 안 냉장고까지 넣어주는 ‘인홈배송’, 라이더가 제품을 배달하는 ‘월마트 스파크’, 자율주행 차량이 제품을 실어나르는 ‘자율주행자 배송’, 드론이 정해진 위치에 제품을 떨어뜨리는 ‘드론 배송’까지 있다. 지난 3월에는 ‘이른 아침 배달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새벽 6시 낚시터에서 생미끼를 월마트로 주문하면 30분내 갖다주겠다”고 했다.

혁신은 실적으로 돌아왔다. 월마트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3분기 매출은 1696억 달러(약 238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5% 성장했다. 올해 연매출은 6805억달러(약 956조원) 수준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아마존의 거센 추격과 중국 저가제품의 공세에도 월마트는 20년 이상 글로벌 매출 1등 기업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 1·2위 유통기업 롯데와 신세계의 사정은 딴판이다. 롯데마트의 매출은 지난 2012년 9조원 가량에서 지난해엔 5조 7347억원으로 40%가량 줄었다. 이마트는 2012년 11조원을 바라보던 매출이 지난해 15조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751억원에서 1880억원으로 75%나 줄었다. 생존을 걱정할 처리가 되면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희망퇴직 등 각종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유통업이 뒤쳐지게 된 3대 요인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첫째 온라인유통 전략이다. 월마트는 아마존과 정면대결하지 않았다. 본업(오프라인 마트) 경쟁력을 지키면서 점차 온라인 서비스를 늘려갔다. 반면, 국내 유통사들은 쿠팡 등 온라인 유통사를 따라 잡고자 온라인 플랫폼에 초창기부터 집중투자했다가 쓴 맛을 봤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월마트는 무턱대고 아마존과 같은 모델로 경쟁하지 않고 자신의 강점을 철저히 분석했다”고 지적한다. 월마트가 촘촘하게 깔린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온라인 사업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서 교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온라인 기업처럼 앱을 만들고 물류를 새로 세팅하려다 보니 돈은 돈대로 쓰고 오프라인 사업과 연결되지 못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월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배송서비스 고도화·다양화 등에 집중 투자했다. 월마트 리포트에 따르면 월마트 온라인 분기별 성장률은 2021년만해도 한자릿수였으나, 2022년 10%대로 올라서더니 지난해는 17%~27%, 올해는 분기별 성장률이 21%~27%로 올라섰다.

월마트의 픽업 서비스는 고객이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월마트 매장에서 제품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월마트 주차장이나 픽업존에 차를 대면 직원이 제품을 트렁크까지 실어다준다. 2011년 시작된 픽업배송은 코로나때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대면 접촉이 막힌 상황에서 식료품을 사야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몰렸다. 2020년 5월 월마트는 고객 집으로 2시간내 배송하는 ‘번쩍 배송’을 발표했고 현재는 10개 넘는 배송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두번째로 월마트는 실질적인 비용 감소로 이어지는 기술에 투자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공학 등이다. ‘연중무휴 최저가’란 월마트의 경쟁력을 높여줄 기술이다. 공급망 다변화 및 물류와 재고관리 효율화다. 구체적으로 2021년 공급망 자동화에 140억 달러를 투자했다. 물류 자동화로 미국에서 주문당 순 배송 비용을 40% 줄였다. 2026년까지 65%의 매장과 55%의 풀필먼트 센터가 자동화될 예정이다. 또 AI를 도입해 제품 카달로그를 개선하고 있다. 월마트 관계자는 “이 작업을 수동으로 수행하면 현재 인력의 100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국내 유통사는 온라인 플랫폼 강화에 집중하느라 가용한 자본을 모두 소진한 상황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 구축에 초기 막대한 돈을 투자했고 아직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서 AI나 머신러닝, 로봇, 드론 등 기술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사들이 주도하는 물류 혁신에서 뒤쳐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