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직선제 개헌을 추진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브뤼셀/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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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내용의 이탈리아 총리 직선제 개헌안이 18일(현지시각) 상원을 1차 통과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헌법 전문가들은 이날 성명을 내어 개헌안이 권위주의 체제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탈리아 상원이 이날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제안한 총리 직선제 개헌안을 찬성 109 대 반대 77로 통과시켰다고 이탈리아 안사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통과된 개헌안은 임기 5년의 총리를 국민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하고 선출된 총리의 지지 세력에게 상하원 의석을 최소한 55% 보장하는 내용이다.
멜로니 총리는 이 개헌안이 “모든 개혁의 모체”라고 주장해왔으며, 이날 개헌안의 상원 통과는 “민주주의를 강화할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제 개헌안은 하원으로 넘겨지게 됐지만, 하원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라고 안사 통신은 지적했다. 개헌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더라도 다시 상하원에서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최종 확정된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 세력은 상하원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상하원이 동등한 권리를 갖는 완전양원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양쪽 모두 법안을 발의한 뒤 다른 쪽에 견제를 받는 구조로 운영된다.
개헌안이 의회에서 승인받지 못하면 국민 투표를 거쳐야 한다. 멜로니 총리는 의회 통과가 좌절되면 국민 투표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도좌파 야당인 민주당은 개헌안이 위험하다며 이는 “의회와 공화국 대통령의 권리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탈리아의 대통령은 행정·입법·사법부 등 3권을 조정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등 보통의 의원내각제 아래 대통령보다 권한이 강하다.
헌법 전문가 180여명은 이날 성명을 내어 총리 직선제 개헌안이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의원내각제도, 대통령 중심제도 아닌 혼종의 권력 체계는 다른 어떤 민주주의 국가에도 없다”며 “이는 소수의 세력이 우리의 모든 제도를 통제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유사한 총리 직선제가 1990년대에 이스라엘에서 시도된 바 있지만, 기대한 안정화 효과를 거두지 못해 폐지됐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1920년대부터 40년대 초반까지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을 겪은 이후 헌법을 통해 많은 권력 견제 장치를 도입했다. 게다가 많은 정당이 난립하는 정치 문화 때문에, 특정 정당이 의회에서 안정적인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일이 흔했다. 이 때문에 여러 당으로 구성된 연립 정부가 단명하는 등 정권 교체도 잦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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