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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이탈리아 사르데냐 해변에도 ‘평화의 소녀상’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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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코리아협의회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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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를 바라보는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 해변에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이 설치된다.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세계 곳곳의 소녀상이 철거 위협을 받는 가운데, 이번에 설치될 소녀상 비문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는 문구가 들어간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오는 22일(현지시각) 사르데냐 섬 스틴티노시에 소녀상을 세울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소녀상은 스틴티노시가 제공한 공공부지에 자리하게 된다. 스틴티노 시청에서 200 m 가량 떨어진 해변에 있는 이 부지는 해마다 유럽과 미국에서 온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스틴티노시는 22일 오전 11시(한국 시간 저녁 7시) 제막식을 개최해 리타 발레벨라 시장은 사르데냐 섬에서 의정 활동 중인 여성 시장들을 모두 초대했다. 이탈리아 현지 합창단이 부르는 ‘아리랑’ 공연도 예정됐다.



소녀상이 공공부지에 놓이는 건 지난 2020년 9월 독일 베를린에 세워진 소녀상 이후 두 번째다. 정의연은 “소녀상 철거를 위한 일본 정부의 전방위적 압력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스틴티노 시에 소녀상이 건립되는 것은 평화와 인권을 위한 세계시민의 기억과 연대가 굳건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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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사르데냐 섬 스틴티노 시에 펼쳐진 해변의 모습. 이탈리아 관광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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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세워질 이 소녀상은 비문을 통해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회피하며 역사를 알리려는 시도를 방해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일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소녀와 여성을 강제로 납치해 군대의 성노예로 삼는 등 홀로코스트 못지 않은 극악무도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일본 정부가 계속해서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고 독일, 필리핀 등 여러 나라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라고 적혔다.



이어 “일본은 여성과 인류에 대한 전쟁 범죄를 책임감 있게 인정하고 그러한 잔학 행위를 기억하는 데 정의로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소녀상 비문은 설치 지역별로 내용이 조금씩 다른데, 스틴티노시는 최초로 일본의 책임을 강조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한겨레에 “각국에 설치된 소녀상 비문에선 일본과 관련된 표현을 수정한 사례도 종종 있었는데, 보편적인 여성 인권 문제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본 이탈리아 소녀상은 현재 일본의 태도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녀상 설치는 이탈리아 시민과 스틴티노시의 노력이 결합된 결과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역사를 접한 스틴티노 시민 로사 마리아가 오랜 친구이기도 했던 여성 인권변호사 출신의 발레벨라 시장에게 이 문제를 알리면서 소녀상 건립 논의가 물살을 탔다. 이후 정의연이 지난해 12월 소녀상 건립을 제안하는 공문을 스틴티노시에 정식 발송하며 소녀상 기부 의사를 밝혔고, 한 달여 만인 지난 1월 시의회가 이를 받아들이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 뒤 시는 지난 4월 이탈리아 주정부 문화재청에 소녀상 등록 절차까지 마쳐 정식으로 소녀상을 이탈리아에 들여올 수 있게 됐다. 발레벨라 시장은 18일(현지시각) 지역 신문 ‘라 누오바 사르데냐’에 “평시와 전시 모두에 있어, 여성에 대한 범죄에 대항해 싸우는 보편적인 상징이 되어 주는 소녀상을 환영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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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모습. 정의기억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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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세계 전역에 설치된 소녀상과 ‘위안부’ 기림비, 평화비 등은 30여개 남짓이다. 소녀상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 공립도서관 앞 설치를 시작으로 해외에도 세워지기 시작했다. 사르데냐 섬 소녀상은 해외 설치 소녀상으로는 14번째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대사관의 조직적인 방해로 세계 각국에 자리잡았던 소녀상이 철거되는 상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28일 필리핀 산페드로시 ‘여성의 집’에 설치한 소녀상은 일본의 외교적 압력으로 이틀만에 철거 당했다.



독일에선 소녀상 설립을 주도한 시민단체 독일코리아협의회를 중심으로 철거 위협에 맞서 소녀상 지키기 활동이 한창이다. 2022년 7월 독일 카셀대학교 총학생회가 교내에 설치한 소녀상 ‘누진(Nujin)’은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지난해 3월 학교에 의해 ‘기습 철거’당했다. 이에 학생들과 독일코리아협의회는 누진에 제 자리를 돌려주기 위해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여기 참여한 5800여명의 서명을 18일 카셀대 총장에게 전달했다.



지난 2020년 9월 베를린 중심지인 미테구에 설립된 소녀상 또한 철거 우려가 크다. 베를린 지역 의회 의원들은 미테구청에 소녀상 영구 존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지난 17일 상정했지만 통과돼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 독일코리아협의회는 오는 8월까지 소녀상 철거를 반대하는 미테구 주민 1천명의 서명을 받아 구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정화 독일코리아협의회 대표는 “국외에서 소녀상은 ‘위안부’ 문제에서 확장된 전시성폭력 문제와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 등 여러 아픔을 나누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으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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