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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혼 판결문 수정에…지분 경쟁 기대감 시들, SK 주가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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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을 밝힌 뒤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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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및 재산분할 항소심 판결(1조3808억원 재산분할 및 위자료 20억원 지급)과 관련해 17일 최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SK C&C(현재 SK㈜의 사내 독립기업)의 20~30년 전 주식가치를 쟁점으로 제기한 가운데, SK C&C를 모태로 한 SK㈜ 주가가 18일 4% 안팎 떨어지고 있다. 재판부가 최 회장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판결문 문구를 수정하면서 향후 SK 지분 경쟁 가능성이라는 약발이 시들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서 SK㈜ 주가는 오후 1시 현재 전일 대비 4.0% 떨어진 16만9800원에 거래중이다. 이날 장중에 16만7100원(전일 대비 -5.5%)까지 내려갔다. SK㈜ 주가는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 당일부터 수직 급등해 19만5700원(6월11일 장중 고가)까지 올랐는데, 이는 판결 전날(5월29일 종가 14만4700원)과 견주면 5만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이날 SK㈜ 주가 약세 흐름은, 전날 최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재산분할 관련 SK C&C 주식가치 산정의 “치명적 오류”를 주장하면서 대법원 상고를 공식 발표하고, 해당 재판부도 비록 재산분할 금액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최 회장 쪽이 주장한 오류를 판결문에서 정정한 영향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재판부가 최종현 선대회장 시절과 최태원 회장 시절의 주식 가치 증가분을 잘못 산정했다고 인정한 터라, 향후 상고심에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할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형성된 셈이다. 만약 상고심에서 재산분할액을 감액하는 쪽으로 판단하게 되면 거액의 분할액 마련을 위한 최 회장의 ‘불가피한 SK㈜ 지분 매각’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지난 보름동안 투자자들 사이에 SK㈜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온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 분쟁 기대감’이 시들해진 셈이다.



SK C&C의 주식 가치는 이번 재판분할 소송의 핵심이자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 주식과 직결돼 있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말 기준 지분 17.73%를 보유한 SK㈜를 통해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SK C&C의 20~30여년 전 주식 가치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당시 SK 지배체제 변동기에 최종현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최태원 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결혼한 때는 1988년 9월이다. 그런데 SK 쪽은 “최 회장이 선대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2억8천만원으로 시스템통합(SI) 개발회사인 SK C&C(옛 대한텔레콤·2015년에 SK㈜로 합병)의 주식 70만주(지분율 49%·주당 400원)를 사들인 시점(1994년)부터 최 선대회장이 별세(1998년)하기 전까지의 기간은 최 선대회장의 경영활동 시기로 판단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내조가 최 회장 재산형성에 기여한 몫은 거의 없다고 재판부가 판단했다”고 말한다. 반면에 대한텔레콤이 SK C&C로 이름을 바꾼 1998년 이후 주식시장에 상장(2009년)할 때까지의 기간은 최 회장의 경영활동 시기로 보고 이 시기의 주식 가치 성장은 노 관장의 내조가 기여했다고 재판부는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서울고등법원) 쪽의 얘기는 사뭇 다르다. 재산분할 판단 기준과 관련해, 최 회장의 대한텔레콤 주식 인수자금 2억8천만원의 출처는 불분명하고,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경영활동 시기를 딱히 구분해 노 관장의 기여 몫을 산정한 건 아니라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다.



최 회장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재판부가 과거 SK C&C 주식가치 계산에 “치명적 오류를 냈다”고 주장했다. SK㈜의 모태가 된 SK C&C 주가는 두 차례 액면분할(2007년 3월 1대 20, 2009년 4월 1대 2.5) 결과 최초 명목가액의 50분의 1로 줄어들었는데, 재판부가 이 액면분할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액면 그대로 평가한 결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은 과소 평가되고, 최 회장 경영시절의 기여 몫은 과대 평가되면서 결국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과다 산정되는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시점(1998년 5월) 때 SK C&C(당시 대한텔레콤·주당 5만원)의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평가했지만, 약 10년 뒤에 두번 이뤄진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사실은 1000원이라는 것이 최 회장 쪽 설명이다. 요컨대 SK C&C 주식 가치 증가분에 대한 기여도를 판단해보면, 2009년 11월 SK C&C 상장(주당 3만5650원) 당시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은 재판부가 추정한 12.5배가 아니라 125배로 늘고, 최태원 회장 경영 시절에는 355배가 아니라 35.5배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SK㈜의 기업가치 성장은 노 관장의 기여가 없던 최종현 선대회장 시절에 대부분 이뤄졌고, 자신이 경영하던 시절에 이뤄진 기업가치 증가분을 법원이 과대 계상해 결국 노 관장의 재산형성 기여분을 과대 인정했다는 얘기다. 현재의 SK㈜ 주식 가치는 아버지가 다 키웠으며, 자신은 단지 상속에 의해 물려받았을 뿐 자신이 경영능력을 발휘해 키운 부분은 작다고 최 회장 스스로 얘기하고 있는 셈이다.



재판부는 실수를 인정하고 판결문의 해당 오류를 수정해 최 회장과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을 각각 35.6배와 125배로 바로잡았으나, 이미 선고한 1조3800억원대 재산분할 금액은 그대로 유지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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