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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최태원은 자수성가한 재벌 2세?… “재판부 모순” vs “결론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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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문에 계산 실수가 있었던 점이 확인되면서 대법원 상고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항소심 재판부가 SK㈜ 지분의 모태인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식 가치를 잘못 계산해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부분이 매우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18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는 지난 17일 오후 최 회장과 노 관장 양측에 판결경정결정본을 송달했다.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대한텔레콤(SK C&C의 전신)의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에서 1000원으로 변경한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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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이혼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 설명회를 갖고 상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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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에서 최 회장 측은 최 회장이 부모님으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승계형 사업가’이기 때문에 SK㈜ 지분은 특유재산(혼인 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에 부부 일방이 상속·증여·유증으로 취득한 재산)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특유재산은 통상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 회장이 ‘자수성가형 사업가’에 가깝다고 보고 SK㈜ 주식의 가치 증가분을 부부 공동재산에 포함시켰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할 재산분할액은 1심 665억원보다 약 21배 많은 1조3808억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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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측 법률대리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 설명회에서 재판부의 오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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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가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에 가깝다고 판단한 이유 중 하나는 최 회장이 SK그룹을 맡은 후 주식 가치가 크게 뛰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주당 8원에 취득한 주식의 가치가 최종현 선대회장 사망 당시인 1998년 100원이 됐고, 이후 최 회장이 대표이사가 된 뒤 약 355배 올랐다고 계산했다. 재판부는 주식 가치의 상승 과정에 최 회장의 경영상 기여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액면 분할을 고려해 1998년의 주식 가치를 따지면 1998년의 주식 가치는 주당 1000원이 된다. 오류를 정정하면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는 125배, 최 회장 기여는 35.5배가 돼 ‘승계상속형 사업가’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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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측 변호인이 재판부의 주식 가액 계산 오류에 따른 판결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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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곳곳에는 ‘자수성가형’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또 대한텔레콤의 지분 가치를 100원으로 표기한 부분도 많다.

재판부는 최종현 선대회장 사망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에서 1000원으로 수정하면서도 주문은 그대로 유지했다. 최 회장 측은 판단의 근거가 되는 자료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에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는지, 65대 35대로 정한 재산분할 비율이 정당한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이 실제로는 35.5배로 10분의 1이기 때문에 재산분할액도 줄어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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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측이 공개한 판결문 일부의 모습. SK 측은 재판부의 주식 가치 계산 오류에 기반해 판결문이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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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는 “재판부 판단대로라면 최 회장은 자수성가한 재벌 2세라는 형용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1000원을 100원으로 보는 바람에 최 회장이 ‘자수성가형’에 가까운 것으로 됐는데, 이는 (판결의) 뼈대와 관련된 문제”라며 “이 치명적인 오류와 관련해 재산분할 비율이 달라지면 파기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고심에서도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 측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대법원은 사실관계가 일부 누락되고 잘못했다고 해서 바로 파기환송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정재훤 기자(h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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