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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쇼핑 실패율 제로’에 도전”…AI 고객 도우미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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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에 마련된 박목월 시인의 시 낭송 공간. 인공지능으로 복원한 시인의 목소리로 시 낭송을 들을 수 있다. 신세계프라퍼티 제공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서울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명소 별마당 도서관에서는 박목월 시인이 시를 낭송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헤드폰을 끼면 박목월 시인이 마치 바람의 소리인 양 잔잔하게 시를 읊어준다. 마치 시공을 초월해 시인과 마주 앉은 듯한 느낌을 주는 이 목소리는 사실 인공지능(에이아이·AI)으로 재현한 것이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별마당 도서관 개관 7주년을 맞아 박목월 시인의 미발표 시 특별전과 함께 박 시인의 낭송 청취 존을 운영한다”며 “단국대 우정권 교수가 이끄는 ‘박목월 유작품 발간위원회’가 주도해 생전 9편의 시를 낭송했던 녹음본을 기반으로 에이아이를 이용해 리듬을 잘 살려 복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통업계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는 ‘인공지능’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조금이라도 더 소비자의 쇼핑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에이아이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의·식·주 전반에 걸쳐 에이아이가 소비자 생활 속으로 빠르게 들어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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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온 AI 챗봇 샬롯은 쇼핑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며, 심지어 난센스 퀴즈 같은 재미 요소까지 갖췄다. 롯데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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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아이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분야는 고객 응대·안내다. 흔히 ‘챗봇’이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



롯데온은 최근 기존에 운영하던 에이아이 챗봇 ‘샬롯’의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질문에 기계적인 응답을 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객이 관심 있는 상품 중 ‘1+1할인’, 구매 수량별 추가 할인 혜택 등을 안내하는 ‘쇼핑 도우미’ 역할까지 한다. 또 고객 문의를 개인화·세분화해 정해진 답변 대신 정교한 응대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위트 있는 대화 기능’도 추가했다. 마치 캐릭터가 말을 거는 듯한 감성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난센스 퀴즈 같은 재미 요소도 추가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고객이 쇼핑 과정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롯데온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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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리가 제공하는 ‘에이아이 프로필’ 서비스. 고객이 사진을 올리면, 해당 쇼핑몰 모델과 동일한 착장 프로필 이미지를 만들어 제공한다. 에이블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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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에선 맞춤형 스타일·사이즈를 추천하는 데 에이아이를 이용한다. 에이블리는 쇼핑몰 상품을 온라인에서 가상으로 착용해 볼 수 있는 ‘에이아이 프로필’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입점 쇼핑몰이 생성형 에이아이 기술로 제작된 가상 프로필 이미지를 통해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과 스타일링을 선보일 수 있게 구성했다. 고객이 스마트폰 앱의 마이페이지에 ‘에이아이 프로필 만들기’ 접속한 뒤 취향에 맞는 쇼핑몰을 선택하고 얼굴 사진을 업로드하면, 해당 쇼핑몰 모델과 동일한 착장 프로필 이미지를 제공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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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스토아가 도입한 사이즈톡 기능. 에스케이스토아 제공


에스케이(SK)스토아는 의류 구매때 성별, 신장, 몸무게를 입력하면 해당 상품의 추천 사이즈를 제안하는 ‘사이즈톡’ 기능을 최근 도입했다. 기존에 보유 중인 인체 치수 데이터와 신체 측정 부위를 의류 정보에 매칭해 소비자에게 맞춤형으로 사이즈를 추천한다. “교환·반품을 최소화해 고객의 쇼핑 만족도를 높여준다”는 설명이다.



대형마트는 제품 품질을 향상하는 데 에이아이를 적극 활용 중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과일의 당도와 크기를 선별하는 ‘에이아이 선별 시스템’을 도입했다. 과일의 미숙, 과숙, 내부 갈라짐, 육질 변화 등 사람의 판단에만 의존했던 내부 상태까지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예를 들어 수박의 경우, 8개의 다른 각도에서 겉면을 촬영해 부피를 구하고, 측정된 중량을 활용해 밀도 값을 산출한다. 기준값 범위를 벗어나면 품질이 낮은 상품으로 인식해 걸러낸다”고 설명했다. 매장에서 수박을 손가락으로 톡톡 쳐서 나는 소리로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없게 과학적으로 골라준다는 것이다. 롯데마트 쪽은 “사람 판단보다 효과가 뛰어나 고객 불만족 사례를 대폭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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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도입한 에이아이 선별기 모습. 롯데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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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상품 추천과 고객 리뷰 등에 에이아이를 활용 중이다. 고객이 남긴 상품 리뷰를 분석하고 부정 반응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 2월에는 소비자 리뷰를 에이아이가 관리하는 ‘이(e)-트렌드 시스템’도 도입한 바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부정 리뷰가 많이 증가하면 담당 바이어에게 긴급하게 알림이 전달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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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이 외국인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 중인 ‘AI 통역 서비스’. 롯데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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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은 늘어나는 외국인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에이아이 통역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난달부터 에비뉴엘 잠실점 1층과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있는 안내데스크에서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엘이디 투명 스크린 앞에 설치된 마이크에 질문하면, 한국어로 번역된 문장이 안내 데스크 담당자 스크린에 표시된다. 담당자가 한국어로 답변하면 실시간으로 관광객의 언어로 변환돼 모니터에 나타나는 식이다. 영어·일본어·중국어는 물론 베트남어·스페인어·독일어·태국어 등 모두 13개 국어가 제공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에이아이 도입은 비용절감이나 효율성 측면의 장점은 물론 고객 감동 서비스로까지 연결된다. 에이아이 시스템이 가장 빨리 실전 도입되는 분야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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