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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복현이 꺼내놓은 ‘배임죄 폐지론’, 폐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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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 등 이슈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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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계 달래기용으로 배임죄 폐지 방안을 제시하면서 ‘배임죄 폐지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사주가 기업 돈을 쌈짓돈처럼 쓰는 한국 기업문화를 배임죄가 적절히 통제하고 있어 배임죄를 폐지하기엔 이르다는 주장과 배임죄가 기업의 투자를 과도하게 저해한다는 폐지·개정론이 팽팽하게 나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법은 배임죄와 관련해 △형법상 일반 배임 △형법상 업무상 배임 △상법상 특별배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 배임 규정을 두고 있다.



형법에서는 배임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여 성립하는 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ㄱ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직원은 ㄱ회사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데, 다른 회사의 매출에 이득이 되는 행동을 했다면 배임행위가 성립한다는 뜻이다. 배임죄의 경우 적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많게는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다. 손해를 끼칠 구체적인 위험이 있다면 죄가 성립하고 미수범도 처벌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배임죄의 적용 범위가 넓고 법정형이 높아 기업활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입증이 쉽지 않아 무죄율이 높다는 점도 폐지론을 뒷받침한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1심 사건 기준 횡령·배임죄의 무죄율은 5.8%로 전체 1심 형사 사건의 무죄율(3.4%)의 1.7배 수준이다. 사기죄나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배임 문제를 해결하는 미국이나, 배임죄 성립요건이 더 까다로운 독일 사례와 비교되기도 한다.



배임죄에 비판적인 입장으로 잘 알려진 김신 전 대법관은 퇴임 뒤 출간한 논문집 ‘배임죄에 대한 몇 가지 오해’에서 “기업 경영자들은 배임죄 리스크를 두려워해 새로운 투자나 모험적 경영을 꺼려 배임죄가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까지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김 전 대법관은 배임죄 자체의 잘못이 아니라 ‘학계와 실무계의 배임죄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며 배임죄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적용을 강조했다.



반면, 한국의 잘못된 기업구조와 기업문화가 바뀌기 전까진 배임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유독 적은 지분을 보유한 사주가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2·3세 승계를 위해 계열사를 동원하는 배임 행위가 빈번한데, 그간 배임죄가 이를 사법적으로 적절히 통제해왔다는 주장이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2015년 전원일치 의견으로 배임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신현규 전 토마토저축은행과 채규철 전 도민저축은행 회장은 배임죄의 요건이 불분명하고 기업 활동의 영역을 국가의 형벌권이 과도하게 간섭하게 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대법원 판례 등이 엄격하게 배임죄 요건을 정하고 해석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에서도 존치론과 폐지·개정론이 반반으로 나뉘고 있다”며 “배임죄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넓어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과도한 제한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사주가 기업 돈을 쌈짓돈처럼 쓰는 잘못된 기업 문화가 있어 배임죄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당장 배임죄 폐지가 추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배임죄 폐지 움직임에 호응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데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배임죄 폐지론에 대한 시민사회 반응도 부정적이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은 “그간 배임죄가 재벌개혁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왔는데, 폐지하겠다는 것은 이에 역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배임죄가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요건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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