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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푸바오 열풍에 가려진 진실…동물은 상품이 아니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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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11월 2주 동안 2만여 명이 방문한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푸바오 팝업스토어. 당시 11만개의 굿즈가 팔렸고 1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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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아현 |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



사육사 할아버지들 옆에 꼭 붙어 애교를 피우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수록 그 이름의 뜻처럼 ‘행복을 주는 보물’로 다가왔다. 하지만 동시에 푸바오를 소비하는 것에 있어 마음 한구석 어딘가 불편함이 들었다.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동물원에서, 너무나 잘 꾸며진 ‘스타 판다’로 전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굿즈, 이모티콘, 포토 에세이 등 푸바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상품들만 400종이 넘는다고 한다. 판다는 동물원에서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동물원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번식을 통해 생태계 보전에 앞장선다는 취지로 운영하고 있지만, 동물은 울타리 안에 가둬진 채 관람객들에게 전시된다. 관람하는 인파 속에서 울린 사진 셔터 소리와 소음에 놀라거나 행동을 멈추는 푸바오의 모습을 소셜미디어(SNS)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는 판다의 특성은 지워진 채, 놀라는 모습 또한 사람들에게는 귀엽게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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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아이바오의 푸바오 출산 모습. 에스비에스 애니멀봐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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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운영 시간이 끝나면 판다들은 시멘트 바닥과 쇠창살로 막힌 지하 내실로 돌아가 휴식 아닌 휴식 시간을 갖는다. 아이바오는 이 공간에서 푸바오와 쌍둥이 바오 모두 출산하였다. 막힌 철창 사이 속 포효하며 출산의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이 아닌 인간의 통제 아래 놓인 동물의 참혹한 현실을 느끼게 한다. 기업은 이 모든 순간을 ‘감동의 출산’이라며 철저히 상업적으로 콘텐츠화하여 전시한다. 대부분의 영상에서는 판다가 일상적으로 겪는 스트레스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이를 소비하는 우리는 자연스레 ‘귀엽고 행복해 보이는 판다’로 받아들인다.



현실은 푸바오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인 동물들이 대다수다. 지난해 9월, 경기 부천시의 한 실내 동물원 사육장 안에 갇힌 곰의 정형 행동(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관찰되는 목적 없는 반복적 이상행동)과 사자의 무기력한 모습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같은 해 11월, 대구의 한 동물원에서는 방치한 기니피그가 사체로 발견되었다. 부실한 동물 복지 정책 환경 속 체험 동물원, 동물 카페 등 상업 시설이 증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2022년 12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음에도 여전히 이행하지 않는 동물원이 많다. 동물 복지 강화를 향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동물원은 더 이상 상업성만을 추구하는 전시 공간이 아니라, 학대받거나 야생에서 자립해 살아가기 힘든 동물들의 보호소 역할을 해야 한다. 자연적 삶의 터전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또 생물 다양성 보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관람객들이 동물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물 복지 의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동물원의 운영 방식과 사회적 역할을 재고하고 개선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동물원의 수익과 인간의 행복을 위해 24시간 전시되는 삶을 사는 ‘상품’ 푸바오는 진정으로 행복할까? 어쩌면 우리는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한 채, 오락과 즐거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인간만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라는 오만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단순히 귀여운 동물로 소비하는 관점을 넘어, 그들의 서식지와 자연적 생태계를 보장해 주는 것이 진정한 보호이자 자연과 공생을 위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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