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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인명피해 없어 안심?…3년간 심장 아픈 경주 주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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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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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지진 발생 후 허혈성 심장질환 발생 현황

최근 전북 부안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진계기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지진의 강도와 빈도가 모두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으로 미뤄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흔히 지진 피해라고 하면 건물 붕괴, 산사태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부상이나 사망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외국에서 나온 연구 논문을 보면, 눈에 보이는 인명 피해가 없는 지진에서도 거주 지역 주민들에게서 부정적인 건강 영향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지진 발생 이후 이런 부정적인 건강 영향이 관측됐다는 분석이 처음으로 제시됐습니다.

국내 지진계기 관측 이래 최대 규모(5.8)의 지진으로 기록된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 지진 이후 지역 거주 주민들에게서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충남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한창우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BMC 공중보건'(BMC Public Health) 최근호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경주시 지진과 심장질환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을 위해 지진이 발생한 경주시에 거주하는 주민과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김포, 전주, 포항시 남구)에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신규 허혈성 심장질환 발생자 수를 비교했습니다.

연구 대상자는 2014년 이후 거주지를 변경하지 않은 54만 858명으로, 이들이 2010~2019년 동안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병원 및 응급실을 방문한 의료정보가 분석에 활용됐습니다.

이 결과, 경주 주민의 월평균 허혈성 심장질환 발생률(인구 100만 명당)은 지진 발생 전인 2014년 9월~2015년 8월과 2015년 9월~2016년 8월에 각각 39.5명, 38.4명에 머물렀지만, 지진 이후에는 58.5명(2016년 9월~2017년 8월)과 49.8명(2017년 9월~2018년 8월)으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경주 지역 주민의 허혈성 심장질환 평균 발생률은 지진 전만 해도 다른 비교 지역보다 3%가량 낮았지만, 지진 후에는 다른 지역보다 위험비가 최대 58%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기간별로는 지진 발생 후 1년째(2016.09-2017.08)가 58%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2년째(2017.09-2018.08) 33%, 3년째(2018.09-2019.08) 15%로 각각 추산됐습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인명 피해가 없었던 지진이었지만, 실제로는 허혈성 심장질환이라는 큰 건강 문제가 3년이나 되는 장시간에 걸쳐 발생한 셈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여성, 25~44세 성인, 저소득층에서 이런 위험이 더욱 두드러지는 점을 보였습니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져 심장 근육이 망가지는 질환을 통칭합니다.

대표적인 게 심근경색으로, 급성인 경우 10명 중 3명이 병원에 오기 전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률이 높습니다.

병원에 도착해 적극적인 치료를 해도 사망률은 5~10%에 달합니다.

연구팀은 지진과 여진으로 인한 두려움, 스트레스 등이 교감신경 및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쳐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직접적으로는 지진과 같은 진동 노출이 혈관 수축, 내피 기능 장애, 심박수 및 혈압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9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노스리지(Northridge) 지진(규모 6.7) 당일부터 일주일 사이에 심장질환 관련 사망과 입원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또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2010년(규모 7.1)과 2011년(규모 6.3)에 잇따라 발생한 지진 때도 5주 후에 급성 심근경색과 심근병증으로 인한 병원 입원 환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에서는 2004년 10월에 니가타현 주에쓰 지진(규모 6.8)이 발생한 후 3년 동안 급성심근경색 관련 사망률이 발생 전 5년 동안에 견줘 14%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당장 눈에 띄지 않는 추가적인 질환 발생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입니다.

한창우 교수는 "지진은 허혈성 심장질환 외에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자살 경향, 우울증 등 새로운 정신 질환의 발생률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며 "이번 연구로 국내에서도 지진 발생에 따른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확인된 만큼 지역 주민에게 직접적인 외상이 없어도 심장질환 관리 측면에서 중장기적인 보건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BMC Public Health 논문 발췌,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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