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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단독] “이재명, 방북 비용 합의 직후 北과 접촉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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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제3자 뇌물 혐의’

검찰의 이재명 공소장 분석

조선일보

북한 리종혁(가운데)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이 지난 2018년 11월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참석을 위해 경기도를 방문해 당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화영(오른쪽)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기념 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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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 측과 자신의 방북 비용을 ‘300만달러’로 합의한 직후인 2019년 7월 북한 측 인사에게 직접 방북 초청을 요청하려고 ‘전화 환담 계획’을 세운 사실을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지난 12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이 대표를 기소하며 이런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다.

본지가 취재한 이 대표의 공소사실 등을 종합하면, 검찰은 50쪽 분량의 공소장에서 ‘이 대표는 방북 동행을 바라던 김 전 회장이 북한이 요구한 방북 의전 비용을 대납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승인했다’고 했다. 이 대표가 북한 리종혁 조선아태위 부위원장과 전화할 계획을 세운 건 2019년 7월 24일부터 나흘 동안 필리핀에서 열린 제2차 아태 평화 번영 국제 대회 때다.

당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돼 있는데도, 북한은 이미 쌍방울에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를 받고, 방북 비용도 받기로 약속해 국제 대회에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검찰은 봤다. 이 대표는 리종혁 부위원장에게 전화해 “지난번(1차 국제 대회) 평양 초청하신 것 잊지 않고 있다. 다음엔 평양에서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하려고 했으나 통화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필리핀에 있던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씨 등은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으로부터 “이 지사가 오면 (김영철·최룡해) 둘 다 공항에 나오고 최신형 헬리콥터와 차량도 준비하겠다” 등 구체적인 의전 계획까지 전달받았다. 검찰은 이 행사 직후 김 전 회장이 약속한 300만달러 중 70만달러를 북측 공작원인 리호남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작년 9월 검찰 조사에서 “이화영씨가 나 몰래 독단적으로 추진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단독 방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시기를 2019년 초로 보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 관계에 관심이 집중되자, 이 대표는 ‘도지사 방북’을 추진하라고 지시하고, 이에 따라 대변인 김용, 정책실장 정진상 등 정무 회의 멤버들이 이화영씨에게 ‘도지사 방북을 적극 추진하라’고 수차례 요구했다고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해 5월부터 쌍방울과 북한이 방북 비용 액수를 놓고 협상을 벌이자 이 대표 측은 경기지사 직인이 찍힌 공문을 여러 차례 북한(조선아태위원회)에 보냈다고 한다. ‘경제고찰단’이라는 이름으로 방북을 희망하니 초청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즈음 북측이 ‘쌀 10만톤 지원을 명시하면 7월 중 방북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자, 경기도는 ‘쌀 10만톤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넣어 공문을 보냈다. 이후 경기도는 ‘태풍 피해 복구 협력’ ‘민족 협력 사업 협의’ 등 제목만 바꿔 방북 초청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김 전 회장은 7월 말 70만달러를 시작으로 이듬해 1월까지 약속한 300만달러를 북한에 다 보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북 사업을 지시하는 정황도 공소장에 곳곳에 담았다. 이 대표는 2018년 9월 ‘티타임’ 때 “실현 가능한 사업을 먼저 선정해 집중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또 평화협력국 등 대북 사업 담당 부서들이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추진 사항 등을 철저하게 관리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대표가 대북 사업을 주도한 근거로, 검찰은 경기도가 ‘이화영 부지사의 방북은 남북 교류 사업 재개를 추진 중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돼 있는 2018년 10월 보도자료를 들었다.

[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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