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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더위 식히고 외로움도 달래고" 어르신들 사랑방 된 '쉼터'[때이른 무더위에 붐비는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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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무더위쉼터 가보니
취약노인 보호 팔걷은 지자체
평년보다 서둘러 운영 들어가
서울 무더위쉼터 총 3946곳
노래교실 등 문화공간으로 확대도


파이낸셜뉴스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구내 무더위쉼터, 쪽방촌쉼터, 심야쉼터 등을 조기운영하며 폭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쪽방촌에서 주민들이 쿨링포그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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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만 있으면 덥고 꿉꿉한데 힘들지. 여기 오면 전기요금 걱정도 없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무더위쉼터에서 더위를 피해 쉬고 있던 이모씨(77)의 이야기다. 이날 바깥 온도는 최고 33도에 육박했지만 에어컨 덕에 무더위쉼터 온도는 26도였다. 반바지와 반팔티를 입은 이씨는 "6월 들어 서서히 더워질 것은 각오했는데 이렇게 빨리 더워질 줄은 몰랐다"며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이 쉼터에 머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 무더위에 쉼터 찾은 노인들

평년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무더위쉼터를 찾는 고령층 시민들이 늘고 있다. 무더위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퇴직한 어르신들이다.

이날 방문한 서울 서초구의 한 무더위쉼터에도 동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은 33도였다. 이는 평년 최고기온(23~28도)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지자체들은 예년에 비해 서둘러 무더위쉼터 운영에 들어갔다.

시민들은 무더위쉼터의 장점으로 경제성을 꼽았다. 무더위 쉼터에서 더위를 식히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A씨(80)는 "수입도 없는데 집에서 에어컨을 장기간 틀고 있기엔 부담이 된다"면서 "카페에서 5000원씩 하는 커피를 사기도 어려우니 되도록 쉼터에 자주 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인들 모이는 공간, 문화거점 구상

무더위쉼터가 옛날 시골에서 동네 주민들이 모이던 개천이나 나무 그늘과 같이 공동체를 연결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동네 친구와 함께 무더위쉼터를 찾은 석모씨(86)는 "우리 나이대 사람들은 대부분 시간이 있고, 돈과 인맥은 줄어드는 상황이 된다"면서 "더위 때문에 오기는 하지만 구에서 하는 무료 프로그램이 있어 시간을 더 유익하게 보낼 수 있다"고 전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요즘에는 동네 주민들이 한곳에 정기적으로 모이는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며 "지자체 차원에서는 무더위쉼터를 이용해 다양한 문화적 실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무더위 쉼터를 다양한 형태로 확대·연장한다는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서초2동과 예술의마을, 명달마을의 무더위쉼터에서는 체조교실을, 잠원동 무더위쉼터에서는 노래교실을, 하명달 무더위쉼터에서는 스트레칭교실을, 서초1동 무더위쉼터에서는 요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에 에어컨이 설치된 무더위쉼터는 총 3946곳이다. 또 서울시는 복지관·경로당·관공서·도서관 등을 무더위쉼터로 지정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폭염특보 때는 지역의 숙박시설을 활용해 저녁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심야 쉼터를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역 등 노숙인 밀집지역에는 '혹서기 응급구호반'이 하루 4회 이상 순찰하고 노숙인 전용 무더위쉼터 11개소, 쪽방주민 무더위쉼터 7개소, 쪽방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동행목욕탕 4개소를 운영한다.

■여전히 부족한 그늘막

일각에선 무더위쉼터뿐 아니라 곳곳에 그늘막 설치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주로 신호등 인근에 설치되는 그늘막은 보행자가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더위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자치구마다 편차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의 폭염저감시설 관리 현황을 보면, 지난 4월 말 기준 서울에 설치된 고정형·스마트형 그늘막은 총 3444개였다. 강남 3구에는 구마다 200개 넘게 설치되어 있지만 종로구나 마포구, 서대문구, 강북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구가 268개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 239개로 2위, 서초구는 232개로 3위였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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