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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물가와 GDP

물가 폭등에 … 점심값 방패 '밀프렙'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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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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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에 사는 직장인 이원미 씨(37)는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외식물가 때문에 가급적 '집밥'을 만들어 먹는다. 평일 점심을 위한 도시락도 준비한다. 일주일치 식사를 한 번에 미리 준비해놓고 끼니마다 꺼내 먹는 이른바 '밀프렙(Meal Prep)'족이다. 이씨는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서 식재료를 대량으로 사서 나눠 보관한다. 최근 관심은 도시락통으로 옮겨 갔다. 더운 여름에도 신선함을 유지해줄 보랭가방을 찾아보고 있다.

고물가에 외식 대신 집밥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가운데 밀프렙이 유통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눈길을 끌고 있다. 단위당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대용량 상품을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에선 밀프렙을 위한 샐러드·파스타용 식재료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홈쇼핑에서는 도시락통과 밀폐용기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에서는 밀프렙 식단 중 하나로 주목받는 샐러드 관련 식재료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5월 말까지 트레이더스에선 당근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108% 증가했다. 계란(74%), 토마토(58%), 오이(37%), 샐러드 드레싱(36%), 파프리카(24%), 새송이버섯(20%) 등도 판매가 늘었다. 과일·채소의 평균 매출 증가율 19%를 웃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밀프렙 메뉴 중 하나로 당근을 잘게 썰어 소스에 절여 먹는 프랑스식 피클인 당근 라페가 유행"이라고 귀띔했다.

롯데마트에서는 꼭지가 없어 도시락용으로 잘 팔리는 스위텔토마토 인기에 힘입어 방울토마토 매출이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20% 뛰었다. 손질 없이 도시락에 담기 편한 간편닭가슴살 매출도 같은 기간 90% 뛰었다.

홈쇼핑에서는 음식·식재료 보관에 편리한 밀폐용기와 도시락통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홈쇼핑 업체인 CJ온스타일이 지난달 매출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밀폐용기 주문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다. 최근 3개월 동안 CJ온스타일에서만 40억원어치 팔린 밀폐용기도 있다. 일반 용기 대비 평균 5배에 달하는 보관 기간을 내세운 밀폐용기 브랜드 바퀜의 상품이다. 과일과 채소의 보관력을 높인 과일 전용 도시락 '메팔 후르츠팟'도 인기다. 지난달 TV 라이브 방송에서 5분 만에 2만1000개가 팔렸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건 급증하고 있는 외식물가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상황은 2021년 6월부터 3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밀프렙족이 늘어나는 요인은 규칙적인 식단 등 일상 속 건강 관리를 추구하는 '헬시플레저' 문화와도 맞물려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인증샷' 문화도 밀프렙 인기에 기름을 부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밀프렙 검색량은 2배로 늘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시대에 1·2인 가구가 매 끼니를 집에서 요리해 먹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밀프렙의 소비 방식은 시간과 비용을 아끼면서도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밀프렙(Meal Prep)

식사(Meal)와 준비(Preparation)의 합성어로, 일주일 치 식사를 준비해놓고 끼니마다 꺼내 먹는 식단.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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