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벤처업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06.07. p*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제공=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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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 대한 개편 의지를 굳혔다. 과거 '부자들의 세금'으로 불렸던 상속세·종부세는 이제 중산·서민층의 고민거리가 된 지 오래라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인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을 30%로 누르겠단 파격안을 냈다. 종부세는 이중과세 문제를 고려,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다주택자에게 쏠린 '기형적 세(稅) 부담'을 걷어주겠단 구상도 함께다.
다만 올해도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과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라는 점은 상속세·종부세 개편을 위해서 정부여당이 넘어야할 현실적 어려움이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상속세와 종부세 개선 방향을 포함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한다. 이번 주 열릴 '국민의힘 재정·세제 개편특별위원회'의 2차 회의에 참석해 여당과의 호흡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상속세율을 최고 30%로 낮추고 종부세를 전면폐지해야한다"고 개편방향을 밝혔다.
우리나라의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 최고 세율 평균(25.8%)의 2.3배이고 우리나라보다 높은 상속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55%) 뿐이다.
현재 상속세는 과표구간별로 △1억원 이하 10% △1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30억원 40% △ 30억원 초과분 50%의 세율이 각각 부과된다. 여기에 최대 주주의 경우 상속평가액에 20%를 가산해 세금을 물린다. 이 경우 최고 60% 상속세율을 적용받아 일본보다 높은 상속세를 낸다. 경제 규모가 커졌고 실물자산 가격이 오른 것에 비해 25년간 상속세 기준은 변하지 않으면서 조세 제도가 국내 경제 환경을 쫓아가지 못한단 점이다.
그 결과 2005년까지만 해도 0.8%에 머물렀던 상속세 과세 비율은 2022년 4.53%까지 늘었다. 집값이 폭등한 서울은 상속세 과세 비율이 2022년 기준 13.96%까지 상승했다. 서울만 놓고 봤을 때 7명 중 1명은 상속세를 낸다는 의미다.
상속세를 물리는 방식도 논란이다. 현재는 유산세 방식을 적용 중이다.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을 분할하기 이전에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총액을 기준해 세액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실제 상속받은 재산보다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진다. '응능부담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상속세율 인하와 함께 거론한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상속재산이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발생한 소득이라는 관점에서 이를 취득한 상속인을 대상으로 과세한다.
기재부는 상속세 개편 시점을 고심해왔다. 지난해 2월 조세개혁추진단을 꾸리고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했지만 발표 시점을 미뤄왔다. 추경호 당시 부총리는(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사회적 여건이 (상속세 개편을) 받아들일 태세가 좀 덜 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연구용역을 하고 난 후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이 언급한 종부세 전면 폐지 방향은 종부세를 재산세로 흡수하고 이중과세 논란을 해소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주택 공급 등 역할을 고려해 보유세 부담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기존에 발표한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방침과 거리가 있다.
대통령실은 일반적 주택 보유자와 보유주택 가액 총합이 아주 높지 않은 다주택자에 대해선 종부세를 없애겠다고 했다. 반대로 아주 비싼 1주택 보유자와 보유 주택 가액 총합이 높은 다주택자의 경우 종부세를 물린다.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세수 개편으로 재정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 최근 개최된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에서 송언석 위원장은 "일부에선 (종부세를 폐지하면) 지방의 재원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쉽사리 폐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이 국회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도 큰 부담이다. 이번 세제 개편이 자칫 '부자감세'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정부·여당은 범야권을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인 셈이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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