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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경제범죄24時]수확철 농민들 울린 납품 사기…농촌에 내려진 사기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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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업체에 4억여원 사기 행각

대금 지급 차일피일 미루다 잠적

경기도 광주에서 정육업체를 운영하는 박용철씨(가명)는 2019년 10월 한 납품업체로부터 거래를 제안받았다. 소고기를 납품해주면 매달 말일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에 직접 해당 업체의 물류창고도 방문해본 박씨는 계약을 맺었다.

몇 개월 동안은 약속한 날짜에 대금이 정확하게 입금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납품량이 점점 늘었지만, 해당 업체는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이듬해 6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박씨가 받지 못한 대금은 2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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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수확철을 앞두고 농촌에 ‘농산물 사기주의보’가 내려지고 있다. 납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농산물만 가로채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경기 광주경찰서에 박씨와 같은 사례가 접수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6월 말. 경찰은 농민들을 상대로 이 같은 범행을 벌인 윤모씨(64)와 이모씨(60)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경기 광주와 이천은 물론 전남과 부산 등지에서 정육, 꽃게, 참깨, 건축자재 등을 납품해주면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인 뒤 물품만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윤씨는 법인을 설립하고, 경기 광주에 물류창고를 임대하는 등 실제 납품업체인 것처럼 피해업체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피해 업체만 12군데. 업체별로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윤씨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 피해금액은 4억600만원.

윤씨는 지인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일부 인물들의 명의를 빌려 직책을 부여하고, 그 대가로 현금을 지급하는 등 멀쩡히 운영되는 업체인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체의 직원들은 모두 명의만 빌려줬을 뿐 윤씨가 누군지는 전혀 알지 못했고, 피해 업체들 역시 윤씨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유선상으로 혹은 다른 인물과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경찰은 2020년 7월 7일 윤씨를 구속한 뒤, 해당 법인의 창고 관리이사였던 이씨도 잇따라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2년 뒤 전남 함평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식자재 유통업체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오모씨(51)가 지역 농민 11명에게 납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팥·고추·들깨·콩 등 3031만 원 상당의 농산물만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것.

오씨는 농민들에게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겠다’고 속인 뒤, 납품 대금 지급을 요구하는 농민들에게는 또 다른 연락처를 알려줬다. 또 연락이 온 농민들에게 ‘식자재마트 경리과장’인 것처럼 “곧 납품대금을 지급하겠다”며 ‘1인 2역’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영암·무안 등 다른 지역 농민들을 상대로도 비슷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고 곧장 구속 송치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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