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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필동정담] 여전한 코로나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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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어느 날, 한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임직원들이 투자에 대한 자유토론을 시작했다. 당시 업계에서 눈여겨보던 투자처 중 하나가 배달 서비스다. 선임인 A가 입을 열었다. "우리 애들이 좋아하는 이태원 맛집 메뉴를 단돈 5000원만 더 내고 배달받을 수 있어서 편하던데? 이거 무조건 되는 비즈니스 아닐까?" 하지만 배달 서비스 가격이 일반인을 상대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A님처럼 여유 있으신 분들이나 시키지, 평범한 일반인은 배달비 5000원을 아까워할 걸요."

지금 돌이켜보면 틀린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 누가 코로나19라는 초대형 변수가 찾아와 1만원짜리 평범한 음식을 시켜먹을 때조차 배달비를 내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세상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2010년대 들어서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은 자영업자들에게 재앙이었다. 하지만 일용노동자들의 수입이 올라갈 수 있다는 그릇된 정책 명분과 별개로 무분별한 창업을 제어하는 뜻밖의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정부 관계자는 "과도하게 늘어나던 자영업자 숫자가 최저임금 부담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던 것이, 배달 장사가 활황을 보이고, 자영업을 살리기 위한 금융 지원까지 겹치며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회고했다. 자영업에 뛰어들지 말았어야 했던 이들이 사장님이 됐고, 코로나19가 끝나면서 이 중 많은 이들이 매출 부진과 고물가,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다. 전에 없던 배달 수수료 중 상당수도 이들의 부담이 됐다. 이 모두가 코로나19가 남긴 상흔이다.

돈을 못 벌면 폐업이라도 해야 하는데, 폐업하는 순간 대출을 갚아야 한다. 고통의 시간만 길어지고 있다. 해법은 분명 녹록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야기한 부작용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지나고 보니 금융 지원은 약이 아니었다.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마약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영업자들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이제라도 근본 원인을 치료해줘야 하지 않을까.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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