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청와대는 ‘11년 만에 방문’, ‘중앙아시아 외교 확대’라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언론은 지면을 거의 할애하지 않을 만큼 무관심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수도인 타슈켄트를 떠난 다음 날, 북동부 안디잔에서 유혈사태가 터졌다. 반정부 인사들이 형무소를 탈옥해 민간인 인질들을 붙잡고 정부와 대치했는데 카리모프는 안디잔까지 직접 찾아갔다. 그는 몇 차례 협상하는 시늉을 하더니 군대를 투입해 무력진압에 나서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다. 우즈베키스탄판 ‘광주 민주화항쟁’이었다. 이런 일까지 생기자 대통령이 저런 나라를 왜 갔느냐며 국내 여론은 따가웠다. 러시아에서 김정일과의 만남도 불발돼 정치권 비난이 잇따랐다.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현지시간) 타슈켄트 힐튼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문화공연자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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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도 그렇지만 국가 간 일에도 ‘새옹지마(塞翁之馬)’가 작동하는 법이다. 미국·유럽이 안디잔 사태에 반발해 우즈베키스탄과 단교 수준의 조치를 내리자 ‘국제 왕따’가 된 카리모프는 자국을 찾아준 한국을 최고로 우대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수르길 가스전’, ‘나보이 자유경제특구’ 등 굵직한 인프라 사업들을 한국에 맡겼다. 카리모프 시절 현지 한국 대사는 러시아 대사와 함께 대통령 옆에 앉을 정도가 됐다. 외국 국제정치학 책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최고 협력 국가가 한국이라는 사실이 실리기도 했다.
양국의 우호관계는 현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시대에 와서도 계속되고 있다. 2016년 9월 카리모프가 사망하자 당시 총리였던 미르지요예프가 대통령에 올랐고, 2021년 집권 2기와 2023년 조기 대선을 거쳐 3기 집권중이다. 그는 2016년 12월 취임 후 줄곧 경제 자유화와 대외 개방을 강조해왔다. ‘경찰 통제’와 ‘폐쇄 경제’로 대표됐던 카리모프 그림자를 벗겨내고자 애썼다. 취임 직후 대통령 차량 통행 때 거리 통제를 금하는 등 시민 불편을 초래할 과잉 의전부터 없앴다. 신헌법을 채택해 기업 활동 장려와 우호적인 투자 환경 조성 등 경제개혁 조항을 곳곳에 추가했다. 집권 만료 시점인 2030년까지 산업구조 고도화 등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2배 달성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대통령궁에서 확대정상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승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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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지요예프 둘째 딸은 2011~2016년 서울에서 근무한 남편을 따라와 2015년 한국에서 출산했다. 대통령이 돼서 2017년 방한한 미르지요예프는 “막내 손녀가 한국 출신으로 한국말을 잘 한다”고 했다. 드라마 ‘대장금’을 즐겨봤다는 그는 이영애씨 팬이라고 밝혔다. 2021년 방한 때는 “고향에 온 느낌”이라며 친근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부터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2019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5년만이다. 미르지요예프는 한국형 발전 모델에 관심이 크다. 또 경제 발전에 진심인 만큼 자원 개발과 제조업 육성, 인력 유치 등 협력거리가 많다. 윈윈할 수 있는 좋은 성과를 많이 내기 바란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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