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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열흘 안에 해치우는 국제결혼의 그늘[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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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머니투데이


"국제결혼의 실상을 알려드려요. 업체 맞선 갔다가 그냥 돌아온 후기입니다."

온라인상에서 국제결혼을 검색하면 쉽게 접할 수 있는 글의 제목들이다. 실제 주변에서도 국제결혼 커플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로 농촌 총각들이 국제결혼을 한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하지만 결혼 행태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공개한 2023년 결혼중개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현지 맞선 이후 결혼식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9.3일이었다. 현지 맞선에서 결혼까지 걸리는 시간이 열흘에 못 미치는 것이다.

맞선 이후 결혼식까지 '2~3일' 걸렸다는 답변도 10명 중 2명(18.6%)이나 나왔다. 2020년(5.7일) 조사 때보다 맞선에서 결혼식에 이르는 평균 기간은 길어졌지만, 여전히 '속전속결'식 만남으로 일생의 중요한 결혼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그간 통념과 사뭇 다른 추세도 보인다. 만혼 시대에 한국인 배우자는 86.5%가 40세 이상이었다. 특히 50세 이상은 2017∼2019년에는 20.6%였으나 이번 조사에선 30.8%까지 늘어났다. 학력과 소득 수준도 상승했다. 결혼중개업 이용자의 50.6%는 '대졸 이상'으로, 2020년 조사보다 6.8%포인트(P) 증가했다.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자 비율도 꾸준히 늘어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한국인 결혼중개업 이용자 월평균 소득은 300만원 이상이 63.9%로 가장 많았다. 199만원 이하, 200만~299만원, 300만~399만원, 400만원 이상 등 4개의 소득 구간 중 400만원 이상 구간에 해당하는 응답자도 34.8%에 달했다. 국제결혼 남성들의 연령대와 학력, 소득 수준이 모두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늘도 여전히 존재한다. 중개업을 통한 국제결혼이 '매매혼'이란 지적은 계속 나온다. 한국인 배우자가 결혼중개업체에 낸 중개 수수료는 평균 1463만원에 중개 수수료 외 현지 혼인신고 비용과 예단비 등 부대비용이 469만원이었다. 반면 외국인 배우자가 낸 수수료는 88만원에 불과했다.

외국인 배우자 연령대는 20대(60.6%)가 여전히 다수다. 나이 많은 한국 남성이 어린 베트남,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결혼하는 구조다. 이렇다보니 결혼이주여성을 '돈을 내고 사 올 수 있는 상품' 정도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큰 문제다. 국제결혼이 당사자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 없이 일정한 대가를 치루고 정해진 시간안에 이뤄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농촌 총각 결혼시키기' 사업의 일환으로 국제결혼이 장려됐고 2000년대 들어선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노총각 혼인 사업 지원 조례' 등을 제정해 국제결혼을 지원했다. 이마저도 최근엔 이주여성이 한국에 와서 겪는 어려움을 살필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드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국제결혼 희망자들에 대한 지원책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국제결혼 피해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피해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원책도 절실하다. 국제결혼 가정의 행복을 원한다면 중개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행태를 바로 잡고, 결혼 후 정착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다문화 시대에 모두를 위한 공존을 고민할 때다.

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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