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21 (일)

'ㅎㄱㅎ' 제주간첩단 사건 피고인 혐의 부인…'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검찰·변호인단, 증거 위법성 등 놓고 공방…국정원 수사관 증인 출석

뉴스1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ㅎㄱㅎ' 제주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홍은표 부장판사)는 12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은주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54), 고창건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54), 박현우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49) 등 3명에 대한 공판기일을 가졌다.

이날 강 씨는 모두진술에서 "제주를 사랑하고 올바른 역사인식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는 것이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상황인 지 안타깝다"며 "민족의 공동번영과 통일을 말했다고 종북, 빨갱이가 됐다"고 밝혔다.

강 씨는 "이제 한반도는 휴전을 지나 종전, 평화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며 "그 첫 단추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고 씨는 "'ㅎㄱㅎ'라는 단체는 구속 후 처음 들었다"며 "검찰에서 제기하는 증거와 공소사실은 국정원과 경찰이 모두 날조하고 조작한 것으로, (공소사실) 전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됐다가 다시 살아나 민중 진영의 핵심 활동가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이번 무죄 투쟁은 국가보안법 폐지의 일환이다. 우리의 무죄 주장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했다.

박 씨는 "차별받는 노동자를 위한 활동과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활동에 대해 검찰은 존재조차 모르는 지령문에 억지로 짜맞추며 반정부 활동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국정원이 기획하고 만들어낸 사건이라고 확신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 무죄추정의 원칙을 부정하는 헌법 위의 법으로 군림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질서를 어지럽히고 사회를 혼란시키려는 어떤 행동도, 생각도 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검찰의 '판사에게 피고인의 유죄를 심어줄 수 있는 혐의와 무관한 사실을 적어선 안 된다'는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피의사실 공표, 증거 열람 및 등사 명령 불이행 등을 이유로 재판부에 공소기각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 북한이 최근 '대남 적화통일'을 포기했다고 언급하며 '반국가단체'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공소사실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반국가단체 범죄 성립은 국가 존립이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위험성이 요구되는데, 이는 직접 증거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언론이 압수수색 영장을 인용해 보도한 점을 문제 삼고 있지만, 수사기관 뿐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압수수색 영장이) 유출될 수 있고, 피의사실을 공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범행 당시에는 북한이 대남 적화통일 전략을 채택하면서 반국가단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며 "이후 북한이 어떤 변화가 있었어도 공소사실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오물 풍선 등 최근까지도 적대적 행위를 하고 있어 반국가단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증거수집 방법의 위법성과 증거의 효력 등을 놓고도 공방했다.

변호인단은 압수수색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한 영상과 해외 채증 영상 등의 원본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증거의 입증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고, 증거 열람과 등사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등 방어권에 대한 존중도 없다"며 "검찰이 공소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는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촬영물 캡처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원본과 사본의 동일성과 (원본과 동일한) 사본을 출력한 것이라는 것을 충실히 증명해서 증거능력 입증받도록 하겠다"며 "원본이 저장된 매체를 법정에 가지고 와 봉인 여부와 봉인 유지를 확인하고 해제 후 출력물과 검증해서 동일함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어 입증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피고인측에게도)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겠다"고 정리했다.

이날 공판기일에는 검찰측 증인으로 국정원 수사관 A씨가 출석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수사관의 신변 노출을 우려해 방청석과 재판정 사이에 간이벽을 설치했다.

A씨는 국정원 내부 기밀로 인해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2017년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과 강 씨가 캄보디아에서 만나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고, 일부 영상·사진을 촬영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A씨는 북한 공작원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강 씨는 모자와 가방을 착용한 후 손에 책을 들고 있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7월 3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한편 'ㅎㄱㅎ' 제주간첩단 사건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강 전 위원장은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들과 회합한 이후 그 해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온라인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교신하는 사이버 드보크(Cyber Dvok) 방식으로 북한으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지령문을 받고, 14차례에 걸쳐 대북 보고서를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2018년 12월부터 이적단체인 'ㅎㄱㅎ' 결성을 준비해 온 강 전 위원장과 고 사무총장, 박 위원장은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조직 결성 지침과 조직 강령·규약이 하달된 2022년 8월부터 본격적인 결성 작업에 들어갔다.

강 전 위원장이 총책을 맡은 'ㅎㄱㅎ'는 고 전 사무총장이 책임자인 농민 부문 조직과 박 전 위원장이 책임자인 노동 부문 조직, 강 전 위원장이 직접 관리한 여성농민·청년·학생 부문 조직 등 크게 3개 하위조직을 뒀다. 구성원 수는 총 10여 명이다.

ks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