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하면서 환자단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파업에 따른 의료 공백으로 피해가 현실화하면 고소·고발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업무방해, 업무개시 명령 거부 등으로 형사처벌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환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응급환자의 사망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손해를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2일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계의 집단 휴진 계획 철회를 촉구하면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연합회에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한국폐암환우회·한국루게릭연맹회·한국췌장암환우회·한국식도암환우회 단체 6곳이 소속돼 있다. 김성주 연합회 회장은 "그간 고소, 고발 등 (의료계에 대한) 법적 조치가 환자들에게 더 나쁜 결과를 부를까봐 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회원 중 이 문제에 대한 고소·고발을 제안한다면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환우 가족들을 중심으로 고발자들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의료계가 정부 명령에 불복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의료계가 집단 파업에 돌입했을 때 형사처벌을 받은 선례가 있어서다. 의료계는 3차 파업을 단행했을 만큼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검찰은 김재정 의사협회 회장과 신상진 의권쟁취투쟁위원장(현 성남시장) 등을 의료법상 업무개시 명령 거부 등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김 전 회장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의사면허도 취소됐다. 법원 역시 의료계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의료전문인 신현호 법무법인 해울 변호사는 "의약분업 때 의료계 파업 사태가 현재 의정 갈등과 닮아 있다"며 "의료계 파업을 주도한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환자들이 집단으로 제기하는 손해배상은 현실화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집단 휴진으로 손해액을 특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 공백으로 응급처치를 못 받아 사망하거나, 중증 후유증을 앓게 되는 예외 사례를 제외하면 민사소송에서 의료계가 패소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형사처벌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재판에 넘겨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고소·고발을 당한 인원이 상당수인 데다 원칙대로 강경 수사를 이어가면 의료계가 정부와의 협상을 거부할 수 있어서다.
지난 3월부터 의협 간부들을 비롯해 고소·고발을 당한 의료계 인사 수십 명을 수사 중인 경찰은 최근까지 의료인 11명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부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등 모욕·명예훼손성 글을 올린 사람이 대다수여서 아직 수사가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공의를 대상으로 "병원을 나오기 전에 자료를 삭제하고 나오라"는 게시글을 올린 현직 의사 1명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의료계 집단 휴진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고소·고발이 늘어나 수사가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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