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서울 시내 한 상가 공실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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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몇 개월 전 동네 미용실을 갔다. 10평 안팎의 동네 미용실이 그렇듯이 30분만 앉아 있으면 미용실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호구조사가 절로 된다. 그러다 미용실 손님이 한 종업원을 보고 한 마디한다. “이 언니는 처음 보는 언니네.” 사장님이 대답한다. “이 언니도 미용실 사장님이에요. OO동에서 미용실해요.” 손님이 의아해하며 “근데 왜..”라고 말하자 사장님은 “오늘 예약 손님이 많아서 도와주러 온 거에요”라고 답한다. 미용실 사장님이라던 종업원은 한창 바쁜 토요일에 다른 미용실 일을 도와주고 있다. 그 미용실은 ‘예약 손님’이 없다는 얘기다. 일을 도와주러 한 두 번 와본 게 아닌 것처럼 손발이 척척이다.
그 종업원은 폐업을 하고 취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폐업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다. 올해 6년간 카페를 하던 친구가 폐업을 했다. 인건비, 원재료 가격이 오르는 데 치열한 경쟁에 정작 커피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매출이 잘 나와도 손에 떨어지는 돈이 적었다. 몇 년을 견디다 폐업을 결심했지만 각종 위약금, 직원 퇴직금 등 돈 들어갈 것, 신경써야 할 것 투성이었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많은 나라로 꼽힌다. 그러나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19.6%(4월)로 처음으로 20% 밑으로 떨어졌다. 자영업자 중 ‘나홀로 사장’ 비중은 74.8%로 영세 자영업자가 절대 다수다. 나홀로 사장 비중은 2021년 76.3%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살아남기 점점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자영업도 ‘경쟁력’ 시대다. 1시간 걸리는 속눈썹 연장을 30분 만에 해치우는 동네 에스테틱 사장님은 오히려 가게를 확장했다. 고물가·고금리 환경이 바뀐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팬데믹 때는 사업체를 유지해야 나랏돈을 받는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좀비 자영업자’ 유지 정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좀비 자영업자에서 탈출해 폐업을 할 때 사업체를 유지할 때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주고, 근로자로 전환하거나 경쟁력 있는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할 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패자부활전’으로 정책 기조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 좀비 자영업자에게 ‘탈출구’를 마련해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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