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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나나 나무
과거 콜롬비아 준군사 무장단체 조직에 자금을 지원한 미국의 바나나 생산·수출 대기업이 해당 조직에 의해 피살된 사람들의 유족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됐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남부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치키타 브랜드 인터내셔널이 콜롬비아 'AUC' 조직원 손에 숨진 사람들의 유족 8명에게 3,830만 달러(528억 원 상당)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고 다국적 인권 단체 '어스 라이트 인터내셔널'이 11일(현지시간) 밝혔습니다.
콜롬비아연합자위군이라는 뜻의 AUC는 1997∼2006년 콜롬비아에서 활동한 준 군사 반체제 집단이다.
콜롬비아와 미국, 유럽연합(EU)에서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습니다.
AUC는 자신들의 통제하에 있는 지역에서 수익 활동을 하는 여러 기업과 단체 등으로부터 돈을 뜯어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그중 한 곳이 미국의 대형 바나나 기업인 치키타 브랜드 인터내셔널입니다.
이와 관련해 치키타 측은 "콜롬비아 현지 직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보호금 명목으로 지급된 게 있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사실로 시인했고, 2007년 미국 법원은 테러 단체와 돈거래 한 죄로 치키타에 2천500만 달러 벌금 납부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 이후 17년 만에 나온 이번 판결은 AUC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유족이 치키타 브랜드 인터내셔널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것으로, 플로리다 법원 배심원단은 '치키타 측이 예측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할 만한 정도로 AUC에 상당한 지원을 제공한 책임이 있다'는 유족들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어스 라이트 인터내셔널은 설명했습니다.
AUC에 전달된 돈이 살인, 납치, 강탈, 고문, 강제 실종과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데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피해자 법률대리를 지원한 어스 라이트 인터내셔널은 보도자료에서 "오랜 소송전 끝에 치키타 브랜드를 상대로 한 피해자 그룹이 마침내 정의를 실현했다"며 "미국 배심원단이 처음으로 외국에서의 인권 침해에 공모한 미국 대기업에 대해 배상 책임을 인정한 하나의 이정표"라고 강조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치키타 브랜드 인터내셔널에서 이번 판결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배준우 기자 ga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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