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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몸이 먼저 움직여” 운전자 없이 내리막길 질주한 트럭 올라타 세운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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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4월 10일 경기 광주시의 도로에서 이희성씨가 비탈길을 굴러가는 트럭을 세우기 위해 달려가는 장면이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에 포착됐다. /경기 광주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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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오후 2시50분쯤 경기 광주시 태전동의 한 도로. 잠시 휴식을 위해 건물 바깥에 나와 있던 이희성씨 앞에 갑자기 1t 트럭이 나타나 비탈길을 굴러 내려갔다. 트럭은 길가에 주차해 있던 SUV 차량과 부딪치고도 멈추지 않았고, 트럭 운전기사로 보이는 남성이 조수석 문 쪽에서 잡고 세우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씨는 곧바로 내리막길을 무방비 상태로 달려가는 트럭으로 달려갔고, 운전석 문을 열고 올라타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씨의 날렵한 대처 덕분에 트럭은 멈춰섰고 운전기사와 목격자들은 한숨을 돌렸다. 근처에는 학원도 있어 자칫하면 다른 사고로도 이어질 뻔 했다. 이씨가 당시 트럭을 멈추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SUV의 블랙박스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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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경기 광주시의 도로에서 이희성씨가 비탈길을 굴러가는 트럭을 세우기 위해 달려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기 광주경찰서


이씨는 “어르신이 트럭 옆에서 끌려가고 있고 ‘어라 뭐지’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저 트럭과 사고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했다. 또 “트럭 문을 붙잡고 연 뒤 몸을 욱여넣고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았다”고 했다. 당시 이씨는 슬리퍼를 신은 상태였기 때문에 트럭에 올라타면서 왼쪽 발목이 골절됐다고 한다.

이씨는 “지금 와서 보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었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혹시나 아이들이 뛰쳐나왔으면 어떻게 됐을지 끔찍하다”고 했다. 그는 “정말 대단한 일도 아니었고, 하나의 추억거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사고는 경사로에 트럭을 주차하면서 운전자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제대로 채우지 않고 내리는 바람에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용감한 행동으로 추가 사고를 막은 이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유제열 광주경찰서장은 “위험한 상황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은 시민 덕분에 큰 사고를 예방하게 되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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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오른쪽)씨가 감사장을 받고 있다. /경기 광주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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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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