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中, 서방서 훔친 기술로 전투기는 만들었지만 조종은 힘들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남아 등에 민간 위장 비행 훈련업체 설립

서방의 전현직 조종사들에 거액 주며 조종 배워”

서방 5국 파트너십 ‘파이브 아이스’ 경고

5일 미국의 방첩안보센터(NCSC)와, 미ㆍ영ㆍ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 5개국으로 구성된 군사정보 공유 파트너십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는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PLA 전투기 조종사들의 고등 비행 훈련을 위해, 거액의 연봉과 보너스를 주며 서방 출신의 전투기 조종사들을 유인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파이브 아이스 국가들은 5일 발표한 공보에서 “그간의 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PLA의 정체를 숨기고 세계 곳곳에 민간 비행 훈련업체들을 세운 뒤, 다양한 접근책으로 미국과 나토(NATO) 국가 소속의 전ㆍ현직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수십만 달러(수억 원)의 연봉을 제시하며 매우 적극적으로 접근한다”며 “이를 통해 중국은 PLA의 제공(制空) 능력을 높이고, 서방의 공군 전술, 테크닉, 절차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으려 한다”고 밝혔다.

민간 비행훈련 기관을 통한 PLA의 채용 대상에는 전투기 조종사뿐 아니라, 항공기 엔지니어, 항공작전센터 근무 경험자, 항공 전문가들도 포함돼 있다.

조선일보

2022년 중국 주하이 에어쇼에서 모습을 드러낸 중국의 첫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J-20. 미국과 서방의 군사정보 공유 파트너 국가들은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이런 첨단 전투기의 조종 및 전술 능력을 높이기 위해, 서방의 전현직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접근하고 있다고 경고했다./신화 통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이브 아이스 공보는 “PLA는 서방 전투기 조종사들의 교육을 통해, 서방의 첨단 전투기 현실에 대한 지식과, 타이완 무력 충돌과 같은 군사 분쟁 시에 서방이 채택할 전술을 습득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미 방첩안보센터의 마이클 케이시 소장은 전ㆍ현직 전투기 조종사들의 PLA 협조는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PLA의 이런 적극적인 접근에 대해 “중국이 미국의 첨단 기술을 훔쳐서 전투기 등을 생산하는 데는 성공했어도, PLA 조종사들이 이를 능숙하게 조종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또 미국과 나토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수많은 실전(實戰)을 통해서 고도의 전술 비행과 작전 수행 능력을 갖췄지만, PLA 공군은 이런 전투 경험이 없어 이런 고도의 노하우를 자체적으로 전수할 전투기 조종사들이 없다.

중국은 외관상 PLA와 무관해 보이는 민간 훈련센터를 남아공ㆍ케냐ㆍ라오스ㆍ말레이시아ㆍ싱가포르ㆍ태국 등에 설립했다. 그리고는 서방의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첨단의 다양한 전투기를 조종해 보는 경험과 거액의 연봉 제시와 같이 “매우 사악한 충원” 방법을 쓴다고, 파이브 아이스는 밝혔다. 다양한 모임을 통해 참여하게 되는 서방의 전현직 전투기 조종사들은 처음엔 PLA가 그 배후에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

중국의 은밀한 접근은 2022년 남아공의 테스트비행 훈련 기관인 TFASA(Test Flying Academy of South Africa)에 영국의 육ㆍ해ㆍ공 전투기 조종사 출신 30명이 고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처음 노출됐다.

TFASA는 “극동 아시아 4년 근무” 계약을 광고했고, 지원자는 반드시 미국이나 영국의 전투기 비행 테스트 학교 졸업자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결국 중국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고등 비행 훈련을 시키는 데 이용됐다.

당시 영국 국방부는 자국의 전투기 조종사 출신들이 최대 23만7000 파운드(약 4억1400만원)까지 연봉을 받고 이 남아공 기관에 고용됐고,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프랑스 출신 조종사들도 이 기관에 고용됐다고 밝혔다. 2022년 4월 23일 중국 PLA의 고등훈련기ㆍ경(輕)전투기인 JL-10이 안후이 성에서 추락했을 때에도, 탈출한 조종사 2명 중 한 명은 영어를 쓰는 서방인이었다.

작년 6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독일 공군의 전 조종사 중 소수가 중국에서 PLA 공군에게 군사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가 알렉산더 H라고 소개한 전 독일 공군 조종사도 중국 헤이룽장성 치치하얼의 한 PLA 공군기지에서 비행 교육을 담당하고 있었다.

당시 이 잡지는 “보통 20세에 취역한 독일 공군 조종사는 반사신경과 시력이 전성기를 넘어선 41세쯤에 퇴역하는데, 이후 현역 시절 월급의 절반에 불과한 연금만으로는 생활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해 제2의 직장을 찾는다”며 “알렉산더 H도 남아공의 TFASA를 통해 중국 PLA 조종사들을 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독일 보안당국은 이들 독일 조종사들이 전문적인 군사 지식과 보안 사항인 작전 전술, 나토의 다양한 공격 시나리오 등에 대해서도 중국 측에 넘겼을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중국 PLA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2010~2012년 전투기의 항공모함 착륙 방법을 훈련시킨 미 해병대 전투기 조종사 출신 대니얼 두건을 기소하고, 호주로 귀화한 두건에 대한 추방 절차를 호주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작년 6월 남아공의 TFASA에 대해 제재를 가했고, 중국 PLA와 협력 사실이 드러나는 업체에 대해 계속 제재를 가하고 있다.

작년 9월 당시 미 공군 참모총장이었던 찰스 브라운 주니어 현 미 합참의장은 미군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중국을 돕지 않도록 주의하라며 “PLA는 당신의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서, 군사적 능력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려 한다”고 경고했다. 영국도 작년 9월 국가보안법을 개정해, 특정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전직 조종사를 기소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은 서방의 이런 저지 노력에 대해, 서방 조종사들을 채용하는 회사들의 이름과 소재지를 계속 바꿔가며 대응하고 있다.

한편, NYT는 “중국 전투기 조종사들의 실력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서방 전투기 조종사들의 교육 덕분인지, PLA 조종사들이 비행 훈련에 쏟은 시간 덕분인지에 대해선 미 정보당국 내에서도 논란이 있다”고 전했다.

[이철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