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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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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삶 만족도' 조사해보니…친구관계 개선, 비만·우울감은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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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0∼17세 아동의 ‘삶 만족도’가 5년 전에 비해 증가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족과 친구관계는 다소 개선됐는데, 비만율과 스트레스 과다·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정신건강 고위험인 상황은 증가했다. 특히 방과 후 친구들과 노는 대신 학원‧과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 놀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9∼17세 아동의 비만율은 3.5배나 폭증했다.

◆‘삶 만족도’ 증가했다지만...

보건복지부는 아동의 삶과 성장환경 및 정책환경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사한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2013년 이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5년다 실시하는 이번 조사는 18세 미만의 아동을 양육하는 아동가구 5753가구(빈곤가구 1000가구 포함) 대상 방문 면접조사 방식으로 지난해 9∼12월에 진행됐다. 0~8세 아동은 주양육자가 대리 응답했고, 9∼17세 아동은 직접 응답했다.

이 결과 아동의 삶 만족도는 7.14점으로 2013년(6.10점)과 2018년(6.57점)보다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인지발달(2.23→2.46점) 등 0∼5세 아동의 발달수준이 개선됐고, 아동의 주양육자와의 관계(25.34→26.42점), 친구 수(5.44→8.62명, 9∼17세) 등 가족‧친구 관계도 개선됐다.

복지부는 “‘아동이 행복한 나라’를 목표로 추진해왔던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20~2024년)의 성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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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필요하다”는 부모, 크게 줄어

이번 조사 결과 아동 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 등으로 부모가 훈육할 때 체벌이나 제재적 방식을 덜 사용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부모의 체벌 필요 인식을 조사한 결과 ‘필요하다’는 비율이 2018년 39.3%에서 2023년 22.7%로 크게 감소했다. 훈육방식으로 신체적 체벌·벌 세우기 등 제재적 방식을 사용하는 비율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아동에 대한 보호자의 위험행동도 감소했다. 엉덩이를 맞는 등 신체적 위협을 당하거나, 꾸짖음 등 정서적 위협을 1년에 한두 번 이상 경험한 아동은 각각 10.0%, 30.6%로 2018년(각각 27.7%, 38.6%) 대비 크게 감소했다.

전 연령대에서 ‘보호자 없이 아동이 혼자 또는 형제 자매끼리 있던 경험’도 감소했다. (0∼5세 12.2→4.5%, 6∼12세 40.7→33.4%) 다만, 0∼5세 아동은 혼자나 형제 자매끼리 있던 시간이 증가(67.70→77.85분)했다.

9∼17세 아동의 학교폭력 및 사이버 폭력도 크게 감소(학교폭력 피해 30.3→20.8%, 사이버폭력 피해 8.0→4.5%)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아동안전(41.6→64.7%), 아동학대 교육(41.0→65.0%)의 강조‧확대에 따라 예방 교육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스마트폰·컴퓨터 늘고, TV·책 줄고

여가시간 동안 스마트폰, 컴퓨터 등 새로운 전자기기를 더 많이 사용하는 반면, 전통적인 매체인 TV 시청과 책 읽기는 감소했다.

특히 0∼8세 아동의 전자기기 사용 정도가 증가했다. 스마트폰, 컴퓨터, 테블릿을 1시간 이상 사용하는 비율이 주중 27.5%, 주말 36.9%로 2018년(주중 19.7%, 주말 24.2%)에 비해 크게 증가한 반면 TV 시청과 책읽기 활동은 주중과 주말 모두 감소했다.

9∼17세 아동은 방과 후에 친구들과 놀기를 원하지만 실제 같이 못 놀고 있고(희망 42.9%, 실제 18.6%), 학원‧과외(희망 25.2%, 실제 54.0%)와 집에서 숙제하기(희망 18.4%, 실제 35.2%)를 원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많이 하고 있었다. 복지부는 “2018년에 비해 더 차이가 커진 것으로 나타나 놀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12∼17세 아동의 아르바이트 경험도 증가했고, 아르바이트 환경도 개선됐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아동은 3.2%로 2018년(1.6%) 대비 2배로 증가했다. ‘고용주 및 직원으로부터 부당처우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8년 29.6%에서 13.8%로, ‘손님으로부터 부당처우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8년 46.4%에서 8.7%로 급격히 감소했다.

◆“9∼17세 비만율, 3.5배 폭증”

아동의 건강행동과 건강상태는 2018년 대비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현대인의 질병인 비만, 정신건강 고위험군 등은 증가했다.

아동의 조산(37주 이하)과 출생 시 저체중(2.5㎏ 미만)은 모두 2018년 대비 감소했고(각각 6.3→5.0%, 4.8→3.7%), 병원 치료‧검사가 필요했지만 받지 못한 경우(미충족 의료 요구)도 1.9%로 2018년(2.4%) 대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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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의 체중은 점점 증가해 전 연령대에서 과체중‧비만율이 20%를 넘어섰다. 특히 3∼8세 아동의 비만율(12.3%)은 지난 조사(12.2%)와 유사했지만, 9∼17세 아동의 비만율은 14.3%로 2018년(3.4%) 대비 3.5배가량 폭증했다.

아동의 체중과 연관된 지표로 고강도 운동 실천율은 48.1%로 다소 개선됐지만, 수면시간(7.93시간)은 감소하고 주중 앉아있는 시간(636분)은 증가했다.

◆“9∼17세 스트레스 과다·우울감 증가”

아동의 정신건강은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정신건강 고위험군 아동은 오히려 증가했다.

스트레스가 적거나 없는 아동(9∼17세)은 43.2%로 지난 조사 대비 8.7%p 증가했고, 아동의 우울 및 불안 정도는 1.77점(최대 26점)으로 지난 조사 대비 0.11점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지표가 개선됐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대단히 많은 아동(9∼17세)은 1.2%로 2018년(0.9%)에 비해 증가했고, 우울감을 경험(4.9%, 9∼17세)하거나 자살 생각을 한 아동 (2.0%, 9∼17세) 등 고위험 아동은 증가했다.

아동의 주요 스트레스 요인은 숙제‧시험(64.3%)과 성적(34%)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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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흡연과 음주를 경험한 9∼17세 아동은 각각 1.8%, 6.1%로 감소했다. 다만, 흡연 경험을 한 아동의 비율은 줄었지만 최초 흡연 경험 시기(중학교 45.9→58.1%)는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은 영·수 위주, 국·사·과도 증가”

이번 조사 결과 6∼17세 평균 사교육 비용은 2018년 31만6600원에서 2023년 43만5500원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9~17세 아동은 영어(74.0%→69.0%), 수학(73.9%→68.9%) 과목에서 사교육 경험 비율이 감소했지만, 국어(34.5%→34.8%)·사회(8.0%→13.4%)·과학(11.4%→18.9%)·예체능(25.7%→28.4%) 등 다른 과목은 증가했다. 하지만 사교육 시간은 수학(주당 244.13분→주당 250.02분)과 영어(주당 247.90분→주당 235.86분)가 1·2위였다. 상급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아동은 감소(95.5→85.5%)하고 취업‧창업 등을 희망하는 아동이 증가하는 등 아동의 진로계획이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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