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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한동훈·이재명이 띄운 ‘지구당 부활론’…당대표 친위대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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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자금 폐단으로 사라진 ‘지구당’

한동훈 “지구당 부활해야”…이재명도 찬성

김기현 “지구당 부활,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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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쿠키뉴스 자료사진


22대 국회 출범 이후 ‘지구당 부활’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상당수 인사가 호응하는 분위기다. 다만 당대표 세력화 문제 및 금권선거 폐단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구당 부활론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지구당은 과거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존재했던 각 정당별 지역사무소를 설치하고 유급직원을 둘 수 있는 법적 조직으로,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을 맡지 못한 정치인들의 활동공간이었다. 그러나 정치 사당화와 비자금 문제 등 비리 온상으로 지목됐고, 2004년 오세훈법(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이 통과되면서 지구당은 사라지고 현재 당협위원회 체제가 만들어졌다.

당협은 지역 사무실을 운영하거나 유급 직원을 고용할 수 없다. 선거 기간 외에는 정치 후원금도 모금할 수 없다. 지구당이 부활하면 원외 인사들도 이런 활동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기초단위의 정치활동 제한, 현역 국회의원과 비현역 정치인 간 불공정 문제 해결하기 위해 부활시켜야 한단 목소리가 나왔다.

지구당 문제는 최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으로 본격적인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그는 최근 총선 당선·낙선인들을 만나 회계 감사 등 투명성 보장 장치를 갖춘 지구당 부활이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다”며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의 중량급 인사들도 일제히 찬성 의지를 밝혔다. 당권주자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당연히 (지구당을 부활)해야 된다”며 “저도 원외 4년 해보니까 중요한 것은 정치자금 모금 문제다. 원내 의원들은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고 원외는 못하게 돼 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지구당은 아니더라도 당협위원장과 조직위원장들이 사무실도 열 수 있고 후원금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한 상금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거들었다.

이는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지지를 얻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참패한 결과, 대다수 당협위원장이 원외에 머물게 돼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방안으로 지구당 부활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당대표 연임론’이 거론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23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당원 콘퍼런스 행사에서 “지구당 부활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실제 ‘지구당 부활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도 이어졌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대 국회 임기 시작일인 지난 30일 오후 각각 국회 의안과에 지구당 부활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근거법은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 등이다.

두 의원은 모두 지구당을 부활하고 후원회를 꾸려 정치자금을 모금,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불법 정치자금 폐단을 막기 위해 모금 한도를 제한했다. 윤 의원은 연간 1억5000만원(1인당 최대한도 500만원), 김 의원은 연간 5000만원을 한도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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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쿠키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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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지구당 사무실 및 직원 인건비 등의 운영비는 필수적이다. 지구당이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유력인사와 정치권의 유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또 지구당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이재명 대표 등 당대표의 세력화에 활용될 것이란 시선도 있다.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한 전 위원장이 각 당협을 이끌 원외조직위원장의 표심과 조직력이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의 경우, 국회의장 경선 이후 탈당 등 당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권리당원의 권한을 늘리기 위해 지구당을 제안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명 ‘오세훈법’을 통해 지구당 폐지를 이끌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전 위원장과 이 대표를 싸잡아 저격했다. 오 시장은 31일 페이스북에 “지구당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극 제왕적 당 대표를 강화할 뿐”이라며 “여야가 동시에 지구당 부활 이슈를 경쟁적으로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이냐. 당 대표 선거에서 이기고 당을 일사분란하게 끌고 가려는 욕심”이라고 했다.

그는 “‘돈먹는 하마’라고 불렸던 당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선거와 공천권을 매개로 지역 토호-지구당 위원장-당 대표 사이에 형성되는 정치권의 검은 먹이사슬을 끊어내고자 하는 것이 오세훈법 개혁의 요체였다”며 “지구당을 만들면 당 대표가 당을 장악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 러시아 공산 혁명, 중국 문화대혁명, 통합진보당 사태 등에서 우리가 목도했듯이 극단적 생각을 가진 소수가 상식적인 다수를 지배하는 가장 우려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지구당 부활 논쟁은 반개혁일 뿐만 아니라 여야의 정략적인 접근에서 나온 말”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그 필요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지금 고금리·인플레·일자리 문제로 고단한 서민들 입장을 고려한다면 정치적 이익을 염두에 둔 지구당 부활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역시 지난 29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단순히 원외위원장들이 좋아한다고 이걸 한 건지 논리적인 토론이 필요한 주제”라며 “이거 하면 앞으로 지역 유지와 유착 문제가 또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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