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기반' 극우 정당들 반발…지지 철회시 실권
하마스 입장 모호해…신와르 "시간은 나의 편"
5월 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중동 문제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2024.06.01/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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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가자지구 전쟁 휴전안을 발표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 전멸" 없이는 영구 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의 핵심 지지기반인 극우 연정이 새로운 휴전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하마스 역시 이에 크게 동조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신규 휴전안이 무용지물이 돼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긴급 회견을 열고 3단계로 구성된 새로운 휴전안을 발표했다.
이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합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라고 전했고, 중재국인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도 공동 성명을 내고 양측에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원칙을 구체화한 합의를 마무리하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더불어 이스라엘 전역에서도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휴전안 수용과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동예루살렘 점령을 기념하는 이스라엘 '깃발 행진'이 18일(현지시간) 열렸다. 이날 수만명의 이스라엘 국우파들이 모여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통곡의 벽까지 행진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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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네타냐후 총리 연정을 지탱하는 극우 정당들은 새로운 휴전안에 강력히 반발했다.
대표적인 극우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하마스를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어떠한 휴전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상 체결 시 연정에서 이탈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또 다른 극우 인사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하마스를 파괴하고 모든 인질이 돌아올 때까지 전투를 계속해야 한다"라며 휴전안에 반대했다.
총 120석인 이스라엘 의회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정당들과 꾸린 연정은 64석 확보에 그쳤다. 4명만 이탈해도 네타냐후 총리가 실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정권 붕괴를 의식한 네타냐후 총리는 해당 휴전안 제시를 승인했다면서도 이후 "모든 인질의 귀환과 하마스의 군사·정부 역량 파괴를 포함한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전직 이스라엘 외교관이 알론 핑카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네타냐후 총리의 취약한 권력은 (휴전안으로)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에게는 이 문제를 최대한 미룰 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에 제1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새 휴전을 지지한다며 극우 연정이 지지를 철회해도 자신의 당이 "안전망"을 제공하겠다고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예루살렘 마운트 헤르즐 군 묘지에서 진행된 현충일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05.13 ⓒ AFP=뉴스1 ⓒ News1 정지윤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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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는 (야당과 연대하는) 시나리오를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해 왔다"라며 "이는 자신을 가장 강력히 비판하는 세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하마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안 발표 직후 "긍정적으로 본다"라고 전했지만 WSJ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이끄는 야이햐 신와르의 속내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WSJ은 신와르와 접촉한 소식통들은 인용해 신와르가 시간은 자신의 편이며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허우적댈수록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외면해 하마스가 더 유리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수개월간 휴전 협상에 참여한 한 아랍 국가 소식통은 "신와르는 이 접근법(휴전안)을 선택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척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에 납치됐다는 길 딕먼은 NYT에 "이 협상이 이스라엘이나 하마스 때문에 성사되지 않으면 양측 주민들은 물론 인질들까지 휘말리는 '영원한 전쟁'에 빠져들 수 있다"라며 "지금이 아니면 절대 (휴전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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