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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윤 일병 허벅지 근육 다 터져…‘얼차려 사망’ 훈련병과 비슷한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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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승주 일병의 매형으로 10여년간 윤일병 사망사고의 진실을 밝혀온 김진모씨.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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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문근융해증이라고 추정 사인이 나오다니 굉장히 이례적이에요. 고 윤일병은 음식물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사망했다고 발표했잖아요.”



2014년 4월 연천의 육군 제28사단에서 선임병들의 구타·가혹 행위로 사망한 고 윤승주 일병의 매형 김진모(49)씨는 “최근 인제 12사단에서 얼차려를 받다 사망한 훈련병의 사인이 ‘횡문근융해증’이라고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윤일병의 경우 초기 “만두를 먹었다 죽었다”면서 기도 폐쇄성 질식사로 축소·은폐돼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윤일병 사건은 축소·은폐의 측면에서는 채 상병 사건과 비슷하고, 근육이 파괴될 정도의 학대를 당했다는 점에서는 최근의 훈련병 사건과 유사하다”고 했다.



12사단 훈련병의 사망 사건을 군 당국이 제대로 처리하는지 주시하고 있다는 김진모씨를 30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처남 윤일병의 사망 이후 본업까지 접고 10여년간 사건 진실을 밝히는 데에만 사력을 다해온 그다. 군 당국의 발표와 해명이 너무 뻔한 거짓말로 다가왔기에 자료를 수집하고 또 수집했다. 부검감정서를 비롯한 각종 의무기록과 군 내부 보고서, 공소장 등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아낸 문서가 470개 종류에 2만여장이 넘는다. 군 사망사건에 관한 한 거의 전문가가 됐다. “질병관리청은 사망한 훈련병을 올해 첫 열사병 추정 사망자로 분류했다잖아요. 그렇게 열사병으로 등록한 게 혹시 사고사처럼 하려는 낌새는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어요. 마치 승주를 질식사로 몰았던 것처럼요.”



김진모씨는 윤일병 사망 한 달 반 뒤인 2014년 5월20일 포천의 6군단 사령부 헌병대에서 열린 수사설명회를 기억했다. 그날 문 아무개 6군단 헌병대장(수사단장, 대령)은 발표 화면을 띄우고 윤 일병의 사인에 관해 △연천의료원 의사에 의하면 최초 사망자 기도에 음식물이 차있었다는 점 △의정부성모병원 의사에 의하면 기도폐쇄에 의한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는 소견인 점 등을 들며 “사인은 선임병들이 음식 취식 간 폭행 등으로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질식사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단정짓듯 이야기했다. 갈비뼈 골절과 장기손상에 관해선 심폐소생술에 의한 것으로 추정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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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 야외 공간에서 얼차려 중 쓰러졌다가 이틀 만에 숨진 훈련병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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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이는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두 병원의 의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의정부성모병원 의료진의 경우 “사인은 미상이며 부검을 해야만 알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진모씨가 군 사망사건에 대한 군 당국의 발표를 불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군기훈련 중 숨진 훈련병의 경우 만약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면 그냥 본래 지병 때문이었던 것처럼 몰아갔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고 윤일병 유족이 29일 공개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과 법의학연구소의 감정서를 보면, 당시 윤일병의 사망원인을 횡문근융해증으로 적시하고 있다. 지난 25일 목숨을 잃은 12사단 훈련병 부검 결과와 관련한 28일 군 당국의 발표도 “횡문근융해증과 비슷한 증상”이었다. 횡문근융해증은 외상이나 운동 등의 원인에 의해 근육이 괴사해 장기가 손상되는 증상을 말한다.



“승주(윤일병)의 주검에서 제가 특이하게 본 거는 소시지처럼 팽창한 허벅지였어요. 풍선에 물 넣으면 팽팽해지듯이 허벅지가 부풀어 올라 있었어요. 그 안에 있는 근육들이 터져있더라고요.” 김씨가 “보통 사람들은 횡문근융해증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꺼낸 말이었다. “근육이 괴사하면서 나온 단백질 효소 등 독성물질이 혈관으로 들어가 신장의 세뇨관을 파괴해 급성 신장손상을 유발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되면 소변이 콜라 색을 띠게 된다고 합니다. 결국 독성물질이 여러 장기로 방출되면서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사망하거든요. 윤 일병은 맞아서 그렇게 됐는데 훈련병은 가혹 행위를 당하다가 그렇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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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20일 포천의 6군단 사령부 헌병대에서 열린 수사설명회에서 문 아무개 6군단 헌병대장(수사단장, 대령)이 발표한 자료. 사인을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단정하고 갈비뼈 골절과 장기손상은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진모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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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일병 유족이 제3야전군사령부 보통검찰부가 2014년 10월24일 제3야전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 낸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정보공개신청하는 과정에서 나온 육군제28사단 보통검찰부의 공소장. 2014년 5월2일자로 작성됐으나 결재과정을 거치지 않은 이 공소장엔 윤 일병의 사인을 “과다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 및 좌멸증후군”으로 적시해놓았다. 김진모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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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사단에서 사망한 훈련병은 지난 23일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다른 훈련병 5명과 함께 25kg가량의 완전군장을 착용하고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25일 숨졌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이 훈련병은 얼차려 당시 완전군장을 하고 뜀걸음, 팔굽혀펴기 등뿐만 아니라 ‘선착순’ 뛰기(특정 지점까지 반복적으로 빨리 뛰어오기)를 실시했다. “근육이 파괴될 정도로 시킨 거예요. 장기가 처음에 파괴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무거운 군장을 메고 푸시업(팔굽혀펴기)을 시켰으면 가슴 근육 같은 데가 찢어지고 거기에서 독성물질이 나와 혈액으로 들어갔을 거예요.”



김진모씨는 다시 10년 전 윤일병 사건으로 이야기를 돌렸다. 오래 지났으나 축소·은폐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고 처벌된 책임자는 한 명도 없다. 앞에서 밝혔듯 2014년 5월 6군단 헌병대는 수사설명회를 하며 질식사로 몰고 갔지만, 그보다 일찍 작성된 5월2일자 검찰의 공소장 중 하나엔 사인이 ‘과다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 및 좌멸증후군’으로 돼 있었다. 물론 이 공소장엔 참모와 사단장의 결재칸이 비어있었다. 군 당국이 윤 일병의 사인이 질식사라고 주장하던 시점에 작성된 깜짝 놀랄만한 기록이었다.



좌멸증후군이란 횡문근융해증과 거의 유사하다. 신체 일부가 무거운 물체 등에 압박돼 있다가 갑자기 풀려났을 때, 죽은 세포에서 생성된 독성물질이 갑자기 혈액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급사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이태원 참사 때 인파에 깔렸던 이들에게 나타난 압좌증후군과도 거의 비슷하다.



이 기록이 나온 공소장은 김진모씨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찾아낸 제3군 보통검찰부의 공소장변경신청서 문서목록에 첨부돼 있었다. 실제 사단장이 결재한 또 하나의 5월2일자 공소장엔 사인이 ‘기도폐쇄에 의한 뇌 손상’으로 적혀 있었다. 김씨는 “군 당국이 사인을 또렷이 알고 있었던 증거다. 군 당국이 이미 구타 때문에 윤일병이 죽은 걸 알고 제대로 된 공소장을 작성하고도 어떤 이유론가 다른 거로 대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의 훈련병 사망뿐만 아니라 다음에 또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군 병사들의 사망사고 축소·은폐를 막기 위해서라도 윤 일병 사건의 사인을 누가 어떻게 숨겼는지 밝히겠다”고 했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박정훈 대령에 관해 말했다.



“10년 전 6군단 사령부 헌병대에서 윤일병 사건 수사설명을 했던 헌병대장 문아무개 대령이 채상병 사건 때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과 같은 급이에요. 1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군 사망사고를 제대로 수사하다 고초를 겪는 박정훈 대령은 정말 기적입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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